“효과 없어…내 아이는 절대 안 보낸다”
“미안하지만 내 아이라면 절대로 영어유치원에 안 보낸다. 연간 수천만원을 퍼붓지만 효과는 영 아니라고 본다.”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A씨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치맛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강남 영어유치원에서 근무한 지도 3년. 제법 잘나가는 강사다.
A씨가 근무하는 영어유치원은 월 수강료가 2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다. 그는 “3살반 면접에는 기저귀를 차고 오는 18개월짜리 아기도 있다.”며 강남 속 영어 광풍을 설명했다. A씨는 “4~5살 아이에게 금요일에 단어장을 주고 월요일에 스펠링을 쓰는 쪽지시험을 본다.”면서 “그 정도로 혹독하게 가르치다 보니 2년차 6살반은 영어로 수필을 쓰고 3년차 7살반은 영자 신문까지 읽는다.”고 말했다.
부모의 욕망과 경제력이 만든 영어 수재다. A씨는 절뚝발이 교육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자 신문은 줄줄 읽는 애들이 정작 한글은 제대로 못 읽으니 기본적인 사고 능력도 또래보다 떨어진다.”면서 “수학, 과학 등도 전부 영어로 배우다 보니 막상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한글로 배우는 수업을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 연구팀이 영어유치원에 1년 6개월 이상 다닌 아이와 영어를 접하지 않은 공동 육아 시설 아이의 창의력을 비교한 결과 언어 창의력 면에서 공동 보육 어린이는 평균 92점을, 영어유치원 어린이는 평균 68점을 받았다.
실효성은 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영어학원 교수부장이었던 김나겸씨는 그의 저서에서 “5살 아이가 2년간 습득한 영어를 초등학교 1학년은 6개월이면 터득한다.”면서 “5살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닌 아이나 1학년부터 배운 아이나 금세 같은 레벨에서 만난다.”고 지적했다. 언어연구학회에 발표된 논문 ‘조기 영어교육 관련 논쟁’(이하원·채희락)은 “한국처럼 영어를 제2언어로 학습하는 환경에서는 학습 연령보다는 인지 발달 수준, 영어 노출 시간, 집중도 등이 영어 능력 향상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 교수는 “너무 어릴 때 영어를 가르치면 사고 발달이 저해되고 창의력도 굉장히 낮아진다.”고 경고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