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이 일반인보다 스포츠 복권에 쉽게 중독돼”
경기침체 여파에도 각종 복권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20~30대 청년 도박중독자 양산이라는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강원 철원경찰서는 24일 편의점에서 스포츠 토토 단말기를 조작해 4천만원 상당의 복권을 몰래 발행하는 수법으로 복권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김모(33·무직)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김씨는 지난 9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철원군 갈말읍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종업원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복권의 일종인 스포츠 토토 단말기를 조작, 64차례에 걸쳐 4천100여만 원 상당의 복권을 몰래 발행해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편의점 단골손님인 김씨는 종업원과 아는 사이라는 점을 악용, 스스로 복권 단말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10만 원 상당의 스포츠 토토를 발행하면 이 중 1만 원 어치만 계산하는 수법으로 복권을 훔쳤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씨는 이처럼 부정한 수법으로 발생한 복권으로 240만 원의 당첨금을 받았으나 이마저도 복권 구매나 유흥비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6시20분께 춘천시 효자동의 한 편의점 등 심야에 여성이 주로 일하는 편의점에 흉기를 들고 침입, 현금 42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황모(21)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스포츠토토에 빠져 대학까지 중퇴한 황씨는 이 문제로 부모님과 가정불화를 겪자 가출했으며, 생활비와 복권비 마련을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스포츠 토토를 하려고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의 한 고물상에 들어가 2천800만원 상당의 고철을 훔친 이모(27)씨가 구속됐다.
지난 6월21일에도 창원시 의창구의 한 복권방에 침입해 스포츠복권 800장과 현금 50만원을 훔친 최모(45)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최씨는 훔친 복권을 돈으로 환급받으려고 했지만, 복권에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돈으로 환급받지는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서버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개설해 부당이익을 챙긴 도박 개장 업자 장모(37)씨가 구속되고 공범 8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상습도박자 30명도 함께 적발됐다.
대구가톨릭대 정신과학연구소 김영호(45) 교수는 “대학생 등 젊은층의 주요 관심사가 스포츠이다 보니 스포츠 복권에 중독될 위험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며 “복권 의존도가 높아져 막다른 길에 접어든 젊은층의 경우 각종 범죄로 이어지는 현상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이미 심각한 사회 현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복권 총 판매액은 2조9천129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권고한 올해 매출 총량 한도인 2조8천753억원을 이미 376억원 초과한 수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