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시행했는데 직장맘들 “일하는 게 죄다 죄!” 왜?
“컴컴한 곳에 홀로 남은 아이를 데리고 오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유아들을 위한 등·하원 도우미를 고용하는 맞벌이 부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등·하원 도우미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를 아침·저녁으로 부모 대신 보내 주거나 데려오는 사람들이다. 비용은 시간당 최소 5000원에서 최대 1만원까지로 대학생·주부들이 많이 한다.
육아 커뮤니티나 아파트 입주자 카페에 들어가면 도우미를 찾거나 문의하는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테면 “6세 아동 등·하원 도우미(아르바이트) 구한다. 오전 7시 30분~8시 30분 1시간, 오후 5~6시 1시간 등·하원 도와주실 분이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등·하원 도우미’나 ‘등·하원 알바’로 검색하면 수백개의 글이 검색된다.
부모들에게 등·하원 도우미가 필요한 것은 어린이집들이 법정 운영시간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영유아보육법 제23조에는 ‘어린이집은 주 6일 이상, 하루 12시간 이상 운영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어린이집들이 오후 4시쯤 업무를 끝내려 해 부모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운영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1차는 시정명령, 2차는 최대 1년까지 운영정지 명령이 내려진다.
경기 파주시의 최모(43·여)씨는 “올해부터 무상보육이 시행돼 보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등·하원 도우미 지출이 생겼다”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에게 시간당 5000원씩, 월 40만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김모(30·여)씨는 아예 직장을 옮겼다. 김씨는 “원래 치과에서 근무했는데 야간진료가 있다 보니 아이를 늦게 데리러 가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어린이집 원장이 하도 눈치를 줘 오후 5시에 정시 퇴근하는 일반 사무직 일자리를 구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취업부모의 만 12세 이하 자녀 등을 대상으로 월 최대 40시간, 시간당 1000~4000원의 ‘아이 돌보미’ 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오전 7~9시와 오후 5~7시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되는 부모들의 요청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부모들의 불만에 대해 박천영 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어린이집 교사의 경우 노동 강도에 비해 월급이 100만~120만원에 불과해 원장들조차 교사 출퇴근 시간에 관여하기가 힘들다”면서 “정부에서 보육교사들을 파견해 보육교사 공백시간을 없애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3-01-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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