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짜리 연탄 7억여장 36.5도 체온 10년 전하다

3.6㎏짜리 연탄 7억여장 36.5도 체온 10년 전하다

입력 2013-01-28 00:00
수정 2013-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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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 15년째 급식 등 나눔 활동

연탄 한장의 가격은 달랑 500원. 도시가스가 들어선 아파트촌에는 무게 3.3~3.6㎏의 까만 고체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모진 겨울밤의 생명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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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복 목사  연합뉴스
허기복 목사
연합뉴스
15년째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허기복(57·목사)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가 “3.65㎏짜리 연탄의 체온은 36.5도”라고 말하는 이유다.

경기 부천의 농촌 마을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별명이 ‘허기진’이었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거리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으며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혹독한 배고픔은 그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 계기도 됐다.

1994년 서울에서 목회 활동을 하던 허 대표가 강원 원주의 작은 교회로 향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허 대표는 “평생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신학생 시절의 다짐을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1998년 외환 위기가 닥치자 배를 곯는 실직자와 독거노인이 넘쳐났다. 원주 ‘쌍다리’(원주교) 아래에서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자’는 마음으로 급식 사업을 벌인 지 15년. 그동안 70만명의 배와 마음을 채웠다.

연탄 나눔은 2002년 ‘사랑의 연탄은행’을 설립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250원 정도에 불과한 연탄 한장 없이 홀로 냉방에서 겨울을 지내는 할머니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한 후원자가 내놓은 연탄 1000장으로 원주에 연탄은행 1호점을 차렸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는 노원구 중계본동 104마을 주민을 비롯한 에너지 빈곤층에 지난 10년간 7억 6000만여개의 연탄을 나눠 줬다. 자발적 나눔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금은 한푼도 받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키르기스스탄에 연탄은행 34호점이자 해외 1호점을 설립했다. 오는 3월에는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을 통해 도움을 받아 온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의 후원금 15억원을 모아 ‘만원 감동 행복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행복센터 후원금을 모으는데 정부에서 보조금을 받고 사는 여든 넘은 할머니께서 이름을 바꿔 가며 30만원을 내셨더군요. 여유 있는 사람에게도 작은 돈이 아닌데…. 작은 것이라도 나누면 커진다는 게 행복의 비밀 아닐까요?”

27일도 무료 급식에 한창이던 허 대표가 땀 흘리며 남긴 말이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2013-01-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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