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서해5도 주민들 ‘마음이 편치않아’

설 앞둔 서해5도 주민들 ‘마음이 편치않아’

입력 2013-02-09 00:00
수정 2013-02-0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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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임박설…백령·연평도 주민들 또 긴장복지시설 후원 줄고, 명절 홀로 보내는 노인 많아

설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서해 최북단 연평도와 백령도 주민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에다 도서지역 특성상 명절을 홀로 쓸쓸히 보내야 하는 홀몸노인이 많기 때문이다. 민박집은 텅텅 비었고, 복지시설로 들어오는 후원도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연평도 주민 이모(57ㆍ여)씨는 2010년 북한의 포격 후 인천 시내 찜질방과 김포의 아파트를 전전하며 80여일 동안 피란생활을 했다.

당시 트라우마로 인해 인근 해병부대의 사격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라곤 한다. 이씨는 설 연휴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북한이 곧 핵실험을 할 것 같다는 소식에 명절 기분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9일 “연평도 포격 후 북한의 위협이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일 뿐인 이번 설 연휴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다.

백령도 주민 정모(73) 할머니는 최근 7년째 명절을 혼자 보내고 있다. 하나 있는 자식과 연락이 끊긴 후 명절에 찾아오는 손님이 없다. 이제는 혼자 보내는 명절이 익숙해졌다고 했다. 사용한 지 오래돼 가끔 저절로 꺼지는 낡은 TV만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정 할머니는 “가끔 복지시설에서 쌀이나 과자 등을 갖다 줘 무척 고맙다”면서도 “가족이 없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서해5도는 마을 주민의 절반 가량이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곳이다. 휴어기(1월~2월)인 설에는 섬 전체가 고요하다. 많은 어부가 일이 없어 이미 뭍으로 나갔다. 어구나 어선을 손질하는 이들만 더러 섬에 남아있다.

민박집도 텅텅 비었다. 대피소 신축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가을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다. 각종 건설 공사가 한파로 일시 중단돼 타지에서 섬으로 들어오는 일용직 노동자가 많이 줄었다.

연평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송명옥(52)씨는 “지난 추석에는 공사장 인부들이 많아 섬이 북적댔지만 겨울인 설에는 인부들 마저 빠져나가 썰렁하다”고 전했다. 그는 “한파도 심한데다 추석보다 수입도 적어 마음까지 추운 설을 보낼 것 같다”고 했다.

서해5도의 유일한 노인요양원시설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70~80대 노인 9명이 생활하는 백령도 노인요양원에는 예년 명절보다 후원의 손길이 대폭 줄었다.

백령 노인요양원 송효성(58) 사무장은 “인근 주민들이 1만원, 2만원 가져오는 개인 후원금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큰 금액의 기업체 후원금이 많이 줄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교회 시설이다보니 지자체의 지원은 거의 없다”며 “후원금이 줄면 시설운영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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