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 로또 훔쳐 달아난 ‘배은망덕’ 10년지기

당첨 로또 훔쳐 달아난 ‘배은망덕’ 10년지기

입력 2013-02-22 00:00
수정 2013-02-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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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주겠다”는 ‘동생’ 호의에도 잠든 새 들고 줄행랑

10여 년 동안 함께 일한 동료의 당첨된 로또를 훔쳐 빚을 갚고 유흥을 즐긴 30대가 붙잡혔다.

오모(36)씨는 지난 17일 자신이 로또에 당첨된 사실을 알고 뛸 듯이 기뻐했다.

오씨는 함께 목수 일을 하며 건설현장에서 고락을 함께한 동료 황모(39)씨와 기쁨을 나눴다.

”형님, 제가 당첨금 30% 드릴게요. 우리가 함께한 세월이 몇 년인데 제가 이 정도는 해야죠.”

두 사람은 오랜만에 기쁜 마음을 안고 건설현장 임시숙소로 쓰던 광주 쌍촌동의 모텔방에 나란히 고단한 몸을 뉘였다.

다음날 오전 잠에서 깬 오씨는 깜짝 놀랐다. 황씨가 짐을 들고 사라진 것. 고이 모셔둔 당첨 로또도 함께 없어졌다.

오씨는 황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님 돌아오세요. 저하고 절반씩 나눕시다.” 대답을 안 하던 오씨는 급기야 전화를 꺼버리기까지 했다.

오씨는 그래도 황씨를 믿고 오전부터 오후 8시께까지 경찰에 신고도 않은 채 황씨를 기다렸다.

그러나 황씨는 오씨의 믿음을 저버렸다.

황씨에게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각각 500만원과 3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오씨에게 일부 로또 당첨금을 보내줬다.

그러나 4천200만원은 개인 빚을 청산하거나 유흥을 즐기는 등 마음대로 썼다.

고향이 있는 경기도 지역으로 달아나 당첨금을 수령받은 오씨는 1천500만원가량을 여동생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인터넷 도박이나 경마 등으로 진 카드빚을 갚는 데 썼다. 남은 돈으로는 유흥을 즐겼다.

절도 사실을 안 황씨의 여동생은 “돌려줘야 한다”며 황씨를 설득했지만 황씨는 막무가내였다.

오씨는 경찰에 황씨를 신고하며 “오랜 세월 형·동생으로 지낸 사이인데 이럴 줄 몰랐다”며 허탈해했다.

황씨는 22일 경찰에 붙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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