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부도’에 서부이촌동 주민 갈등 고조

’용산개발 부도’에 서부이촌동 주민 갈등 고조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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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찬성측은 “소송도 불사”…반대측은 “사업중단 기대””정많던 동네 왜 이렇게 됐나” 자조도

“20년, 30년을 가족같이 지낸 이웃들이 개발사업 때문에 서로 원수가 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중국집, 정육점, 세탁소 등 몇 곳을 제외한 상당수 상점이 문을 닫은 거리에는 ‘서부이촌동 주민 생존권을 보상하라’ ‘용산사업 즉각 정상화하라’는 개발 촉구 현수막과 ‘도시개발구역 해제하라’ ‘서울시의 독재 개발 결사반대’라는 개발 반대 현수막이 함께 나부꼈다.

주민들의 반응도 현수막 문구처럼 극과극으로 갈렸다.

아파트 주민 김모(여)씨는 “다른 곳보다 주변이 덜 번화했을지는 몰라도 정이 있는 동네였는데 개발사업이 시작된 이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죽은 동네’가 됐다”며 “가족처럼 지내던 이웃이 동의자, 미동의자로 나뉘고 서로 적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개발을 반대하는 한 주민은 평소 담배를 사러 자주 가던 슈퍼마켓의 주인이 개발사업 찬성 집회에 나온 것을 본 이후로는 10여분을 걸어 원효로까지 간다고 했다.

그는 “마주치면 얼굴 붉힐 일이 생기니 안보는 게 상책”이라며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이지만 자초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도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아침부터 성원아파트 관리사무소 한쪽에 마련된 ‘서부이촌동아파트연합 비상대책위원회’, 대림아파트에 마련된 ‘생존권사수연합’, 새마을금고에 마련된 ‘서부이촌동 보상대책 동의자협의회’로 각자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정이 넘치던 동네가 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동의자, 미동의자로 나뉘어 얼굴을 붉히는 사나운 곳, 편의점 하나 없는 을씨년스러운 곳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6년간 개발이 지연되면서 거래가 제한돼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잃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해법은 각기 다르다.

이 지역은 1994∼2005년 재개발로 지어진 한강변 대림·성원·동원베네스트 아파트 1천600여세대와 70년대에 지어진 단독·연립주택과 시범·증산아파트 등 600여세대가 뒤섞인 곳이다.

개발사업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2008년10월에서 2009년9월까지 통합개발을 위한 주민동의를 취합한 결과 찬성률이 56%를 넘었고 대다수 주민이 찬성하는 만큼 개발사업이 계속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서부이촌동 새마을금고 3층에서 열린 ‘서부이촌동 보상대책 동의자협의회’에는 40여명의 주민이 모여 “서울시와 코레일을 압박해 하루빨리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상가 주인인 이모(여)씨는 “상가가 빈 지 벌써 1년째다. 개발이 시작되면 나가야 하는데 누가 세를 들려고 하겠나”라며 “개발이 이대로 중단되면 주민들의 거센 반대를 마주해야 할 것이다. 용산 참사 이상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임에서는 ‘분신을 하자’ ‘개발을 반대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왔다.

아파트 주민 박모씨는 “지난 6년간 은행이자 주고, 사업자들 월급 주려고 참아온 것이 아니라 개발사업이 잘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와서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했다.

이들은 3∼4명의 대표인을 내세워 코레일 등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고 승소하면 집단소송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개발에 반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서부이촌동아파트연합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국 위원장은 “시행사가 주민들에게 말도 안되는 조건을 제시하며 속여서 동의를 받아냈다”며 “지난해 8월 서울시의 설명회 이후 주민들이 시행사의 거짓말을 알게 됐다. 현재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이 70∼80%”라고 말했다.

5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생존권사수연합에도 10여명의 주민이 모였다. 이들은 “상권이 죽고, 밤에는 다니기 무서운 동네가 됐는데 이는 모두 개발사업 때문”이라며 “개발이 중단되고 도시정비구역이 해제되면 다시 예전의 동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4년간 생존권사수연합의 법률자문을 맡아온 김재홍 변호사는 “아직 첫 삽도 뜨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재정상태라면 지금이 아니라 언제라도 부도가 날 수 있다”며 “공사와 보상이 시작된 이후에 부도가 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데 차라리 시작 전인 지금 부도가 나서 다행”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90년대 초반부터 서부이촌동에 살았다는 주민 양모(여)씨는 “이젠 정말 지쳤다. 어느 쪽이든 하루빨리 해결이 나서 예전의 그 동네로 돌아갔으면 한다”며 쓴웃음을 지은채 발걸음을 옮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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