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처럼 겸허하게’…영월교도소 수용자 2명 등단

‘詩처럼 겸허하게’…영월교도소 수용자 2명 등단

입력 2013-03-20 00:00
수정 2013-03-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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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동자가 묻습니다/아빠, 괜찮아?/내 입술의 희미한 미소가 같이 묻습니다/많이 힘들었지?(딸아이가 왔습니다)’, ‘얼룩진 고무신이 내 마음 같아/가슴을 쓸어 내린다(하얀 고무신에 때가 묻어)’

강원 영월교도소(소장 김동현) 서 모 씨와 박 모 씨 수용자 2명이 종합문예지 ‘아세아문단(2013년 봄호)’ 신인작품상 수상작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들의 당선작품은 ‘아버지의 초상화’, ‘흰 고무신에 묻은 때’ 등 각각 5편의 자작시.

’이제, 아지랑이 너울대는 봄빛 긴 터널을 지난 흙냄새 물씬 풍기는 옛 고향 집을 찾아가려 합니다’, ‘항상 겸손한 마음 간직하며 제 가슴속에서만 그려지는 시가 아닌 많은 사람이 따뜻해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겠습니다’ 등 이들의 당선소감도 한 편의 시다.

지난날 경제·경영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취미로 시를 쓰기도 했던 이들은 영월교도소가 운영하는 ‘시 창작교실(강사 허전·손옥자)’을 통해 ‘등단’이라는 꿈을 이뤘다.

영월교도소는 매년 6∼7개월 과정의 시 창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낭송, 쓰기 등으로 1주일에 1회씩 운영되는 이 교실은 수용자에게 인기가 많아 평균 10∼20명의 수용자가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창조문학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제71회 신인문학상 전국공모에서 ‘발화점’으로 당선하면서 영월교도소 첫 시인 수용자가 된 정모씨도 이 교실 출신이다.

심사위원들은 “살아온 이야기를 또다시 가까이 가지고 와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라며 “함축적인 표현과 시의 운율성도 속에 잘 깔렸다”라고 이들의 작품성을 높게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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