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괴한에 두 딸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

15년 전 괴한에 두 딸 잃은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

입력 2013-04-16 00:00
수정 2013-04-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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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못 잡고 공소시효 끝나…“가슴에도 묻지 못해”

 “자정을 알리는 ‘땡’ 소리와 함께 모든 게 끝났습니다.”16일 오후 안모(67)씨는 전날 밤부터 한숨도 못 자고 마신 술에 취한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꺼냈다.

 1998년 4월 16일 오전 9시 안씨는 등산길에 나서면서 본 첫째 딸(당시 26세)과 둘째 딸(당시 24세)의 웃는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안씨가 경기도 수원시 매산동 집에 돌아왔을 때 두 딸은 흉기에 온몸을 난도질당한 채 숨져 있었다.

 경찰 부검결과 안씨가 집을 나선지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1년 뒤 경찰이 안씨 집 근처에서 강도짓을 하다 붙잡힌 이모씨를 살인사건 용의자로 구속했지만 이씨는 경찰에서 했던 자백을 검찰에서 번복했다.

 이에 검찰은 이씨를 강도상해,특수강도죄로 기소하고 살인죄에 대해서는 경찰에 1년여에 걸친 추가 수사를 지시했지만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1999년 이씨를 혐의없음 처분했다.

 사건 직후 직장을 그만둔 안씨는 그로부터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수사기관에 범인을 찾아달라는 진정을 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해 번번이 종결됐다.

 그렇게 15년이 흘러 지난 15일 자정을 기해 안씨의 두 딸을 살해한 범인의 공소시효가 끝났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이날 주변 인물과 당시 용의자로 조사받았던 이씨 등을 상대로 재조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찾지 못한 채 공소시효가 완성돼 진정종결 처분했다고 밝혔다.

 안씨는 공소시효가 끝나고 12시간이 지나도록 아내를 앞에 두고 술을 마시며 눈물을 흘렸다.

 안씨는 “그동안 술과 담배를 달고 살아 몸무게가 10㎏ 넘게 줄었어도 범인이 잡힐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또 “공소시효를 연장시킬 것이 아니라 아예 없애야 한다”며 “이제 범인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생각에 딸들을 가슴에도 묻지 못한다”고 절규했다.

 검찰 관계자는 “살인죄에 공소시효를 두지 않는 나라도 있지만 공소시효를 없애면 수사력을 새로운 사건에 투입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15년이던 살인죄 공소시효는 2007년 이후에 일어난 살인죄부터 25년으로 늘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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