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의 그늘…아직도 귀향못한 월미도 주민

인천상륙작전의 그늘…아직도 귀향못한 월미도 주민

입력 2013-07-14 00:00
수정 2013-07-1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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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정리위 진실 규명에도 피해 보상 없어

1950년 택시기사 정지은(70) 씨는 7살 꼬마였다. 그해 6월 한국전쟁이 시작되자 그는 어머니와 함께 인천 월미도에 있던 집을 떠나 송도 외가에서 지냈다. 그러나 아버지는 고향 월미도를 떠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리셨다.

같은 해 9월 10일 오전 7시. 월미도에 느닷없이 섬광이 번쩍였고 불기둥이 치솟았다. 섬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미 해병대항공단 제15항모전단 전폭기가 네이팜탄을 투하한 것이다. 작전명 ‘집중포격’.

80여 가구가 살던 어촌 섬마을 월미도는 쑥대밭이 됐다. 95발의 네이팜탄에 월미도 주민 100여 명이 숨졌다. 정 씨의 아버지도 3차례에 걸쳐 상공에서 퍼붓는 포탄을 피하지 못했다.

정 씨는 “송도 외가에서 월미도 포격 장면이 보였다”며 “어머니와 함께 마당에 나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화염에 휩싸인 월미도를 멍하니 지켜봤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어머니가 마당에서 ‘아버지 돌아가시는 갑다’라고 말하던 게 잊히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 씨의 어머니는 포격 다음날 월미도 고향집에서 남편의 시신을 찾아 앞마당에 묻었다. 금니로 남편을 알아봤을 정도로 시신의 훼손 상태가 심했다.

당시 미군에게 월미도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5일 뒤 있을 인천상륙작전을 위해서는 북한 인민군 400명이 주둔하던 월미도를 장악해야 했다. 그러나 민간인과 인민군을 구분하지 않은 채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성공적인 이 작전으로 수세에 몰렸던 유엔군은 단번에 전세를 역전시켰고, 그날 이후 월미도 주민 500여명의 삶도 완전히 뒤바뀌었다. 주민들은 섬마을 입구와 지금의 하인천을 잇는 돌다리 주변에 판잣집을 짓고 살아야 했다. 고향 마을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떼를 썼지만 미군이 마을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달순(67·여) 씨는 “시아주버님 내외는 아직도 그때 지은 하인천 앞 판잣집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월미도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63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한국전쟁이 끝나자 이들은 고향에서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인천시는 ‘미군이 철수해야 들어갈 수 있다’며 막았다.

미군 부대는 1971년 11월 철수했지만 이후 월미도는 해군부대의 차지가 됐다. 그 사이 토지대장이 없어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했던 주민들의 땅은 국방부로 넘어갔다. 결국 2001년 인천시는 국방부로부터 월미도 땅 42만㎡를 430여억 원에 사들인 뒤 공원을 만들었다.

한인덕 월미도 귀향대책위원장은 14일 “당시 미군의 네이팜탄 투하는 군사 작전을 위해 마을 주민을 집단 학살한 것”이라며 “인천시는 1년에 수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행사를 하면서도 당시 피난민들에 대한 피해보상에는 귀를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8년 3월 미군 항공기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월미도를 폭격, 민간인 거주자 100여 명이 희생된 사실을 규명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협의해 희생자와 쫓겨난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실상 아무런 조치가 없다.

귀향대책위 활동을 하던 노인들이 최근 10년 새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일부는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싸움에 지쳐 포기했다. 지난 2004년 80여 명으로 꾸려진 대책위에 현재 20여 명만 남았다.

한 위원장은 “남편도 암에 걸려 오늘내일하는 상황”이라며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돼 전쟁은 끝났지만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주름진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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