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소 전면시행 코앞’ 한숨 쉬는 택배기사들

‘새주소 전면시행 코앞’ 한숨 쉬는 택배기사들

입력 2013-08-11 00:00
수정 2013-08-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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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스템 못 갖춘 중견 택배업체 여전히 옛 주소 이용

인천에서 3년째 택배 일을 하는 김모(30)씨는 새 주소를 써서 물건을 맡기는 손님이 부담스럽다. 대략 2년 전부터 도로명 주소 체계인 새 주소와 지번 체계인 옛주소를 함께 쓰고 있는데도 물건 송장에 붙은 새 주소만 보면 두려움이 밀려온다.

김씨는 새 주소가 적힌 물건을 차량에 싣고 배달지를 찾아가면 보통 30∼40분은 헤맨다고 했다. 차량 내비게이션이 새 주소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찾은 도로명 안내 시스템의 위치가 배달지와 다를 때가 잦기 때문이다.

김씨는 11일 “우리나라 길은 골목에서 갈래로 찢어지는 샛길이 많다”며 “외국처럼 블록화가 안 돼 있는데 길 위주로 주소를 붙여 놓으면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새 주소 체계인 도로명 주소의 전면 시행일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택배업체는 여전히 옛주소인 지번 주소를 이용해 배달 업무를 하는 실정이다.

로진택배 등 일부 대형 택배회사와 달리 새 주소 체계에 따른 물류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중견 택배업체는 새 주소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새 주소는 도로에는 이름을, 건물에는 번호를 부여한다. 도로는 폭과 길이에 따라 대로, 로, 길로 구분해 이름을 붙이고 도로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 건물은 홀수 번호를, 오른쪽 건물은 짝수 번호를 약 20m 간격으로 차례로 붙였다.

지난 2011년 7월 29일부터 기존의 지번 주소와 함께 법정 주소로 사용되고 있는 도로명 주소 체계는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다.

그러나 실생활에 제대로 정착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의 한 택배회사 영업소장 장모(57·여)씨는 “2개 구에 걸쳐있는 인주대로에 10번대부터 900번대까지 번호가 붙어 있다”며 “아직 적응이 안 된 탓도 있지만 길 이름에 붙은 번호만 보고 집을 찾는 것이 지번으로 찾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영업소에는 하루 200∼300건의 택배 물량이 접수되는데 이 가운데 10%는 새 주소가 적힌 배달 물건이다.

장씨의 영업소가 속해 있는 택배업체도 회사 컴퓨터 전산 시스템의 새 주소 전환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아 택배기사들이 일일이 인터넷의 도로명주소 안내 시스템에서 옛주소를 검색해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

다른 중견업체에서 일하는 택배기사 박모(42)씨도 “회사 컴퓨터 시스템이 새 주소 체계로 바뀌지 않아 도로명 주소가 적힌 물건이 접수되면 오류가 뜨기도 한다”며 “물건을 받을 사람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도로명 주소 안내 시스템에 나오는 지도가 수시로 장애를 일으켜 위치가 표시되지 않을 때도 빈번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 주소를 적어 택배를 보냈다가 배송이 지연되거나 아예 물건이 도착하지 않는 등 낭패를 본 소비자들의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평소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주부 강모(36)씨는 “새 주소로 주방용품을 주문했는데 일주일 넘게 물건이 오지 않은 적도 있다”며 “인터넷 주문 정보에는 배송완료라고 떠 택배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니 오류가 나 물건이 창고에 방치돼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정모(22)씨는 “택배를 받을 주소에 도로명 주소를 썼는데 나중에 택배기사가 전화를 걸어왔다”며 “자기들은 새 주소를 잘 모른다며 번지 주소를 말해 달라고 해 싸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를 비롯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대대적인 도로명 주소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도로명 주소를 이용하는 이들의 비율은 낮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안전행정부의 도로명 사용경험 설문조사에서 인천시 동구 주민 가운데 응답자의 9.1%만이 실제로 새 주소를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연수구 6.9%, 부평구 15.3%, 남동구 17.9% 등이었으며 노인 비율이 높은 옹진군의 응답자 가운데 새 주소 이용자는 한 명도 없었다.

시의 한 관계자는 “매월 셋째 주 화요일마다 대대적인 도로명 주소 홍보를 하고 있지만 실제 새 주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지 않은 실정”이라며 “홍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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