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허원근 일병 사인 항소심서 ‘자살’로 뒤집혀

‘의문사’ 허원근 일병 사인 항소심서 ‘자살’로 뒤집혀

입력 2013-08-22 00:00
수정 2013-08-2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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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의문사 처리된 책임 물어 유족에 3억 배상 판결

1980년대에 군 복무 중 의문사한 허원근 일병의 사인이 타살이 아닌 자살이라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군 당국의 부실한 수사로 장기간 의문사로 처리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가 유족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강민구 부장판사)는 22일 허 일병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일부 취소하고 “국가가 유족에게 3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된 것으로 본 원심과 달리 스스로 M16 소총을 3발 쏴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망원인이 자살인 이상 은폐나 조작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1심에서는 허 일병이 새벽 시간 머리에 총상을 입어 숨졌고, 이후 군 내부에서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오전 11시께 시신을 다른 곳으로 옮긴 다음 가슴에 추가로 2차례 총을 더 쏘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에서는 허 일병이 입은 3곳의 총상이 연달아 발사된 총탄에 의한 것인지, 시차를 두고 발생한 것인지 여부와 숨진 이후 시신이 옮겨졌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머리에 있는 혈액이 흐른 방향이 거의 일정하고 사체를 이동했을 때 나타나는 ‘끌린 흔적’이 전혀 없으며, 비교적 단정한 복장 상태로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시신이 옮겨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3군데 총상 모두 가까운 데서 총을 쏴 생긴 상처이며 생활반응이 나타난 점으로 볼 때 생존해 있을 때 연이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 총을 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또 “자살로 조작할 의도였다면 새벽에 자살한 것으로 조작하는 게 더 쉬웠을 텐데도 굳이 오전 11시께 다시 총탄 2발을 추가로 발사해 타살 의혹만 가중시킬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흉부에 총을 맞았다면 곧바로 숨지지 않고 고통을 호소했을 텐데 평소 사이가 좋았던 부대원 중 누구도 허 일병을 돕지 않고 유기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타살이라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양심선언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M16 소총으로 스스로 위치를 바꿔가며 3발을 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서도 “허 일병과 신체조건이 유사한 사람이 비슷한 자세를 취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보이고 M16 소총으로 자살한 사례도 여럿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사건을 조사한 헌병대 수사가 현저하게 부실하게 이뤄져 이 사건이 30년간 의문사로 남았다”면서 “군대에 가족을 보낸 유족의 고통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허 일병의 유족은 이런 항소심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족은 “위자료가 문제가 아니라 30억을 줘도 자살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강원도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 중이던 허 일병은 1984년 4월2일 3발의 총상을 입고 숨졌다.

당시 군 당국은 자살로 결론지었지만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2년 조사를 거쳐 허 일병이 타살됐고 군 간부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방부 특별조사단이 자체 조사를 벌여 의문사위 조사 결과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2010년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된 것으로 판단, 국가가 유족에게 9억2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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