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본부 설치…직접증거 찾기 주력
경찰이 ‘인천 모자(母子)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긴급 체포했다가 증거 부족으로 풀어주면서 향후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여전히 경찰은 실종된 김모(58·여)씨와 장남(32)이 차남 정모(29)씨에게 살해된 것으로 보고 수사본부를 꾸려 혐의 입증을 위한 직접증거 찾기에 주력할 방침이다.
23일 인천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2일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정씨를 긴급 체포해 12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인천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정씨의 자백을 유도했다.
실종 신고 직후 경찰조사에 적극 협조하던 정씨는 긴급체포돼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자 ‘증거를 대라’며 살인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후 경찰이 장남의 혼다 차량에서 나온 정씨의 지문과 지난 14일자 강원도의 한 톨게이트 영수증을 제시하자 “형의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앞서 지난 16일 정씨는 실종 신고를 하면서 13일부터 15일까지 인천시 남구에 있는 어머니 집에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6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알리바이를 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씨의 실종 신고 전 행적이 거짓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거짓 진술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자 정씨는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진술을 거부했다.
결국 긴급체포 후 12시간 내 정씨의 자백을 받지 못한 경찰은 검찰의 석방 지휘에 따라 22일 오후 4시 20분께 정씨를 풀어줬다. 형사소송법 제200조 3항에 따르면 긴급체포 후 12시간 이내에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씨는 경찰서 유치장을 나오면서 어머니와 형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할 말이 없다”며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경찰이 지금까지 찾아낸 정씨의 강원도행 정황, 앞뒤가 맞지 않는 일부 진술, 거짓말 탐지기 음성 반응 등만으로는 공소 유지가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제 경찰이 정씨를 재차 검거하기 위해서는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피의자를 한 차례 긴급체포했다가 풀어주면 영장 없이 같은 범죄 혐의로 다시 체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정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정황 증거가 아닌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서도 증거를 찾지 못한 점을 감안 할 때 자칫 수사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
반면 실종된 김씨와 장남의 생사가 확인되면 뜻밖에 수사의 실마리가 쉽게 풀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실종자의 주거지와 A씨가 최근 다녀온 강원도 일대를 정밀 수색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경찰이 직접 증거 찾기에 주력하는 동안 정씨는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숨기거나 도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만약 실종자가 생존해 있거나 정씨가 아닌 이가 용의자로 붙잡힌다면 경찰은 수사 초기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몰아 부실 수사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이날 안정균 남부경찰서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한 ‘인천 모자 실종사건 수사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 경찰이 살인사건과 관련해 수사본부를 꾸린 것은 지난 2008년 ‘강화 모녀 살인사건’ 이후 5년 만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초기 수사를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수사본부 인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최대한 빨리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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