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내일 간부회의서 철회 여부 결정할 것” 재학생·졸업생·시민단체, 채택 철회 촉구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가 전방위에서 철회 압박을 받고 있다.이에 따라 학교 측은 6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 방침을 철회할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당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전국 고교들이 잇따라 채택 방침을 철회하면서 현재 상산고가 유일하게 ‘교학사 교과서 채택’ 학교로 남아있다.
전북 전주의 상산고등학교가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교학사 한국교과서를 채택하자 졸업생들이 5일 오후 상산고 정문앞에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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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을 진행한 상산고 재학생들은 휴일인 5일 학생회를 중심으로 기숙사에 남아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서 채택에 대한 견해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여 그 결과를 6일 학교 측에 전달키로 했다.
학생회는 방학과 휴일이 겹쳐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재학생이 150명 안팎이지만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의견이 압도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실시한 채택 철회 서명에는 180여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에는 한 학생이 “학교가 친일학교로 평가절하되고 일부 학부모는 자녀를 상산고에 보내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얘기까지 들린다”며 그런 교과서를 굳이 선택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며 채택을 철회해야 한다는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다.
이 학교 졸업생 20여명은 5일 오후 정문 앞에서 ‘친일 찬양, 독재 미화한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졸업생들은 1일부터 닷새째 1인 시위를 이어갔으며 총동창회 게시판에 ‘부끄럽다’, ‘수치스럽다’, ‘후배들이 안타깝다’, ‘은사님의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철회 촉구 글들을 올렸다.
일부 졸업생은 학교 측이 홈페이지 글을 무단 삭제한 것과 관련, “글이 삭제된 졸업생들이 공동으로 위자료 소송 등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북지역 30여개 교육·사회·시민단체가 연대한 ‘전북교육혁신네트워크’는 6일 오후 학교 앞에서 기자 회견을 한 후 학교를 항의방문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대자보 철거와 홈페이지 글 삭제가 인권을 침해했다”며 전북도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요청키로 했다.
◇ 학교측 “곤혹…내일 간부회의서 결정”, 도교육청 “실태 파악”
비난 여론이 예상외로 확산하자 학교는 무척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학교 측은 학생의 대자보를 철거하거나 홈페이지 내 반대 글을 삭제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으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교감이 학교 게시판에 “’우리 학교가 주목받는 학교는 맞구나’라는 생각에 흐뭇하기도 하다”는 글을 남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학교는 현재까지 철회 여부를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6일 간부회의를 통해 채택 여부를 최종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학교 안팎에서는 홍성대(77) 이사장의 의중이 채택 철회에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북도교육청은 6일 학교 측이 대자보를 철거하고 홈페이지 게시판 글을 실제로 삭제했는지, 이런 행동이 ‘전북학생인권조례’가 명시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는지 등을 점검키로 했다.
도교육청은 진상 조사 결과에 따라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수학참고서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 이사장이 1981년 설립한 자율형 사립고인 전주 상산고는 명문사학으로 손꼽히고 있지만 이번 교학사 교과서 채택 파문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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