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선정 완료에도 논란 여전

한국사 교과서 선정 완료에도 논란 여전

입력 2014-01-08 00:00
수정 2014-01-0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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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특별조사 “외압 있었다” 불구 후속조치 없어

친일·사실오류·이념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파동은 일선 학교의 교과서 채택이 마무리되면서 일단 종결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학교 안팎의 압력에 교과서 채택 결정이 번복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교육부가 전례 없는 특별조사에 나서는 등 교과서 논란은 막판까지 식을 줄을 몰랐다.

게다가 교육부의 수정명령에 대한 교과서 집필진들의 취소소송, 위안부 피해자 등의 교학사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소송 결과가 남아있고, 여당이 국정 부활 논의를 제기함에 따라 교과서 파동의 여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교학사 교과서 ‘부실’ 논란에서 수정명령까지

교학사 교과서는 지난해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심의에 최종 합격한 이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파를 애국지사로 되살리고 친일자본을 민족자본으로 둔갑시키는 등 일제 식민지근대화론을 수용했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해 민주주의 발전 과정을 무시했다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위키 백과’를 표절했다는 의혹과 구글과 네이버 등 인터넷의 사진을 자료사진으로 대거 인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도덕성 시비도 일었다.

여기에 역사단체들에 의해 기본적인 사실 관계 오류가 100여건 이상 되는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교학사 교과서는 교과서로서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야당의 요구에 대해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전체에 대해 수정·보완 권고하겠다고 밝혀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교육부가 권고한 수정·보완 사항 829건 중 교학사 교과서에 해당하는 사항은 251건으로, 전체의 30%에 달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교육부의 수정권고와 수정명령 등 국편 검정 통과 이후 두 차례 추가적인 수정 과정을 거쳤음에도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교학사 교과서의 최종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탈자, 비문, 띄어쓰기 오류 등이 수십 곳에 달하고 의병을 ‘토벌’했다거나 일제 자본의 조선 침탈을 ‘자본 진출’로 기술하는 등 친일적 서술이 여전했다.

특히 한국인 위안부가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는 식으로 기술한 부분이 고쳐지지 않아 위안부 피해자 등의 공분을 샀다.

이에 교학사 측은 또다시 지난해 말 자체 수정안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과서 선정과정 외압 시비 논란

교육부가 수정명령을 반영한 7종 출판사의 수정·보완 대조표를 최종 승인해 한국사 교과서 파동은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정과정에서 재점화됐다.

역사 교사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채택 대상 교과서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학교장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 제기가 발단이었다.

급기야 수원 동우여고의 한 교사는 “교학사 교과서 선택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양심선언’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부실 논란에 선정 과정에서 학교 측의 압력 의혹이 겹치자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에 대해 채택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번져나갔다.

학생들과 동문의 대자보나 성명 발표, 시민사회 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지자 동우여고를 비롯한 10여개 학교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백지화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6∼7일 교과서 선정을 번복한 학교 20개교를 특별조사해 8일 일부 학교에서 교과서 선정을 변경한 데에는 시민·교직단체의 항의 방문 및 시위, 조직적 항의 전화 등이 주요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교과서 선정이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의해 철회됐다고 지적하면서도 해당 학교에 선정 번복을 원상복구하도록 주문하는 등그 어떤 조처도 하지 않아 교육부 특별조사의 취지에 의구심을 낳게 했다.

또 교장이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은 조사하지 않고 시민사회 단체의 압력에 의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번복한 학교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중에 학운위를 거치지 않고 결정했다는 문제제기가 있기도 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교육부는 ‘남이 하면 부당 외압, 내가 하면 정치 중립’이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일관하고 있다”며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학교들이 정상적인 절차를 따랐는지 사실부터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경북 청송여고 한 곳으로, 추가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10개교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률이 0%대라는 사실은 교학사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교육부의 주장을 무색게 한다.

결국 ‘부실 검정’에 이후 수정·보완 권고, 수정 명령, 특별조사에 이르기까지 교육부의 행보가 ‘교학사 구하기’ 아니냐는 세간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 체제 부활 논의 재개되나

교과서 수정 주문이 지난 6일로 마무리됐으나 교과서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남아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수정명령을 받은 6개 교과서 집필진들은 지난해 12월 교육부를 상대로 낸 수정명령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으나 본안소송인 수정명령 취소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 등 9명이 교학사 교과서의 배포를 금지해 달라며 교학사를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제기하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체제로 전환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교과서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갈등을 생산한다면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전후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전환하는 것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이에 대해 “현 시점에서 국정까지를 검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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