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상처 날까봐 장갑 끼고 장애인 구타한 부원장

손에 상처 날까봐 장갑 끼고 장애인 구타한 부원장

입력 2014-03-13 00:00
수정 2014-03-13 10:1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지적장애인시설 공포의 4년

서울 도봉구의 한 장애인시설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들은 지난 4년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부원장 이모(58·여)씨와 생활재활교사 최모(57)씨가 ‘냄새가 난다’, ‘더럽다’는 이유로 툭하면 원생들을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쇠자로 장애인들의 손바닥·발바닥을 때렸으며, 그때마다 손에 상처가 날까 봐 빨간 고무장갑을 낀 것으로 알려졌다. 지적장애 1급인 A(32)씨는 최씨에게 발로 15번을 밟혀 고관절 골절상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머리에 침을 발라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지적장애인의 양손을 뒤로 묶은 채 식당에서 밥을 떠먹였다. 다른 장애인에게는 “밥이 아깝다”며 밥을 못 먹게 하는 등 폭행·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확대
장애인을 상습 구타하고 장애수당이나 국고보조금을 빼내 사적으로 써 온 장애인시설의 인면수심 행태가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2일 서울 도봉구 A사회복지법인 소속 장애인거주시설을 직권 조사한 결과 폭행과 금전 착취, 보조금 횡령 등의 혐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법인이사장 구모(37)씨 등 관계자 5명을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이 시설에 사는 10대 청소년 2명 등 장애인 17명은 이씨와 최씨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 최씨는 지적장애 1급인 한 장애인이 치약을 먹으려 하거나 코를 후빈다는 이유로 15회나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에게 월 2만~3만원씩 지급하는 장애수당과 보호작업장에서 일한 장애인 24명에게 줘야 하는 급여 2억여원 등 총 3억여원을 시설에서 횡령·유용한 혐의도 제기됐다. 이사장인 구씨 가족과 교사들은 장애인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세 차례 해외여행을 데리고 가면서 장애수당 2000여만원을 빼내 자신들의 경비로 썼다. 이사장의 어머니인 이모(63)씨는 장애수당을 빼낸 돈으로 백화점에서 140여만원짜리 옷을 샀다.

법인 측은 1987~2013년 재단 소속 직원 7명이 실제로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보호작업장에서 일했는데도 거주시설·특수학교에서 일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인건비 13억 8000여만원을 지급받는 등 16억여원의 정부보조금을 유용한 셈이다.

1968년 설립된 A법인은 장애인 생활·거주시설 3곳과 보호작업장, 특수학교 등 모두 5개 시설을 운용 중이다. 설립자의 아들인 구씨가 이사장을 맡고 이모인 이씨가 거주시설 부원장, 어머니 이씨가 보호작업장 시설장, 형이 특수학교 행정실장을 맡는 등 가족이 주요 보직을 독식했다. 시설에는 10~40대 장애인 290여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연간 80억여원의 정부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법인 측은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시설 감독을 맡던 서울시의 전임 사회복지과장을 원장으로 채용하는 등 조사에 대비했다. 인권위는 서울시장에게 해당 재단의 이사진 전원 해임과 새 이사진 선임·구성, 보조금 환수 조치 등을 권고했다.

한편 A법인 관계자는 인권위 발표에 대해 “고관절을 다친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과 장난을 하다 넘어져서 부러진 것이며 체벌할 때 플라스틱 자로 손바닥 등을 몇 번 때린 적은 있지만 쇠자로 때린 적은 없다”면서 “인권위에 강력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3-13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