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 부모와 외손녀 상봉 소식에 그리움 더해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가 외손녀 김은경(26)씨를 만났다는 소식에 은경씨의 친할머니인 최계월(90·전북 전주시)씨는 “나도 죽기 전에 아들과 함께 손녀의 얼굴을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심경을 전했다.은경씨는 납북된 최 할머니의 막내아들 김영남(52)씨와 메구미가 북한에서 결혼해 낳은 딸로, 최씨의 친손녀이다.
최 할머니는 2006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28년 만에 모자상봉을 했고 동석한 은경씨도 함께 만났다.
최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딸 영자(56)씨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가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한 번만 더 만나면 여한이 없겠다’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고 전했다.
최 할머니는 대화나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 건강이 많이 나쁜 상태라고 한다.
영자씨는 “어머니께서 ‘은경이는 일본인 사돈으로서는 외손녀고 우리에게는 친손녀 아니냐. 우리라고 못 만날 이유가 없지 않으냐’며 안타까워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분들이 손녀를 만나 딸을 잃은 아픔을 조금이라도 위로받았다니 같은 처지에서 얼마나 잘 된 일이냐”며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축하했다.
그는 “당시 금강산호텔에서 어머니와 함께 만났던 은경이의 앳된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벌써 8년의 세월이 흐르고 아이 엄마까지 됐다니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남동생 영남씨에 대해서는 “당시 헤어질 때 한 달 안에 북한에 초대해 자신의 아파트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며 “가까운 시일에 그 약속이 꼭 지켜져 어머니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은경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일본인 외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났다니 남동생 역시 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그 사이 북한의 체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신변에 이상이 없는지 걱정이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납북자 가족이 최 할머니처럼 가슴을 졸이며 평생을 살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일본처럼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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