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경력 학폭예방 강의에 도움 크죠”

“기타리스트 경력 학폭예방 강의에 도움 크죠”

입력 2014-03-22 00:00
수정 2014-03-2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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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전담경찰 송준한 마포署 경위

“렛 잇 고~ 렛 잇 고~”

21일 서울 마포초등학교 6학년 1반 교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주제가인 ‘렛 잇 고’가 기타 연주로 재해석돼 교실을 가득 채웠다. 소란스럽게 옆 친구들과 장난치던 아이들도 눈을 반짝이며 기타 연주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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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한 경위
송준한 경위


능숙한 연주로 아이들 관심을 사로잡은 이는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의 송준한(48) 경위. 송 경위는 기타리스트라는 특이한 이력을 자랑한다. 현재는 관내 8곳의 초·중·고교를 담당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학교폭력예방 강의를 하기 전 기타 연주를 보여주면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한층 좋아진다”며 웃었다.

송 경위가 기타를 손에 처음 잡은 건 고교 시절. 졸업 이후에는 아예 기타를 업(業)으로 삼았다. 원로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가 운영하던 나이트클럽이나 라디오 방송에서 인순이, 나훈아 등 당대 최고가수들의 반주를 하며 20대 초·중반을 보냈다. 송 경위는 “일하다 보니 음악만을 업으로 삼고 살기에 미래가 너무 불안정했다”면서 “29세라는 늦은 나이에 순경 공채 시험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동기들보다 3~5세 많은 나이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됐다. 아끼던 기타도 다락방에 처박아 두고 2~3년에 한 번 있는 승진시험에 몰두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10년 동안 경장, 경사를 거쳐 2005년 현재 직급인 경위가 됐다. 송 경위는 “경위가 되는 데 보통 20년 정도가 걸리는데 어린 선배들에게 커피 타 주는 게 싫어 독하게 공부했다”며 웃었다.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마음 한편은 늘 허전했다. 10년 만에 곰팡이가 핀 기타를 다락방에서 다시 꺼내 들었다. 마음의 평온을 찾은 그는 다른 직장인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해 2011년에 열린 직장인 밴드 대회에서 40개팀 중 금상(2등)을 거머쥐었다.

학교폭력예방 강의 외에 재능기부도 실천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마포서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기타 강습에 관내 중학생 5명을 초대해 지난해 11월부터 기타를 가르친다.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 행사 때 합주를 선보였던 1기 학생 14명에 이은 두 번째 제자들이다.

송 경위는 “학교폭력은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효과가 크다”면서 “학교전담경찰관으로 활동하는데 기타리스트라는 내 이력이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사진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4-03-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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