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시장의 수임 경쟁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타 로펌의 유명 변호사 이름을 이용해 ‘낚시광고’를 한 법무법인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조영철 수석부장판사)는 A로펌이 “우리 로펌과 대표 변호사의 이름을 인터넷 광고·게시글 등에 사용하지 말라”며 B로펌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고 22일 밝혔다.

A로펌은 가족법 관련 사건을 주로 맡으며 이혼·상속 전문 변호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엄모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곳이다.

2005년 개업한 엄 변호사는 소송뿐 아니라 신문에 기고를 하거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고, 광고비로 수억원을 쏟으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2009∼2013년 신생 중소로펌으로서는 적지 않은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유명세도 치러야 했다. 지난해 12월 엄 변호사와 A로펌의 이름을 내세운 광고성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엄 변호사 이혼 생각하시는 분께 정보공유’ 등 제목의 글들은 엉뚱하게도 B로펌 영업 사이트로 링크됐다. 접속자를 자신의 사이트로 유인하려는 ‘낚시광고’였다.

재판부는 이러한 B로펌의 영업 방식을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하고, A로펌과 엄 변호사의 이름을 광고·영업에 사용하지 말 것을 명했다. 재판부는 “엄 변호사와 A 로펌이 국내에 폭넓게 알려진 수준의 저명성을 가지진 않았지만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일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이름을 이용해 B로펌이 광고를 하는 것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름의 사용을 금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조치라고 보고 인터넷 광고·게시글을 삭제토록 해달라는 A로펌의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