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율 60%…방제 소홀해 4~5년 피해”
우리나라 대표 소나무 중 하나인 속리산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의 솔잎혹파리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대 수목진단센터 제공
건강상태 진단받는 정이품송
충북대 수목진단센터의 연구원들이 지난 9일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속리산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의 병해충 감염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센터 측은 ”이 나무에 솔잎혹파리가 광범위하게 번져 치료가 시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충북대 수목진단센터 제공
충북대 수목진단센터 제공
11일 충북대 수목진단센터(센터장 차병진 식물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최근 이 나무의 병해충 감염실태를 조사해보니 전체 솔잎의 60∼70%가 솔잎혹파리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혹파리에 감염된 솔잎은 성장이 멎거나 광합성을 하지 못해 나무의 생육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차 교수는 “정이품송은 물론 주변 소나무 숲에도 솔잎혹파리가 광범위하게 번진 상태”라며 “새로 나온 햇 솔잎이라도 감염되지 않도록 방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림당국이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에 눈을 돌린 사이 속리산 일대 소나무에 솔잎혹파리가 확산됐다”며 “정이품송도 4∼5년가량 피해가 진행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정이품송은 1970년대 후반 중부지방을 강타한 솔잎혹파리에 감염돼 죽을 고비를 넘겼다.
긴급 방역에 나선 당국이 3년 넘게 나무 전체를 방충망으로 뒤짚어 씌워 놓고 수간주사를 놓는 등 오랫동안 치료한 끝에 가까스로 수세를 회복했다.
보은군의 한 관계자는 “정이품송에 대한 병해충 방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주변 숲에서 솔잎 파리가 지속적으로 날아드는 상황”이라며 “이번 진단 결과를 토대로 산림청, 국립공원관리공단 등과 협의해 종합적인 방제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조선조 7대 임금인 세조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御駕)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이 나무는 수령 600여년의 ‘고령’이다.
수세 약화 이후 강풍과 폭설에 잇따라 가지가 부러지는 피해를 봐 고고하던 원추형 자태를 잃고 만신창이가 됐다.
지금도 부러질 위험에 있는 가지들은 14개의 철제 지지대로 떠받쳐 놓은 상태다.
보은군은 현대나무병원을 ‘주치의’로 지정, 주기적으로 이 나무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병충해 방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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