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탈북 전 北 보위부에 협력한 50대에 유죄 선고

법원, 탈북 전 北 보위부에 협력한 50대에 유죄 선고

입력 2014-05-23 00:00
수정 2014-05-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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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행위로 볼 수 없어”’국보법 위반’ 혐의 인정

탈북 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협력한 50대 탈북자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나상용)는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등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게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북한의 한 탄광지대 작업소에서 근무하며 작업소를 탈출하려는 노동자들을 단속하는 등 보위부 일을 도왔다.

당시 북한을 탈출해 한국국적을 얻은 뒤 중국에 머물던 B씨가 딸을 탈북시키기 위해 북한 주민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알게 된 보위부는 A씨를 통해 B씨를 유인, 체포하기로 했다.

이에 A씨는 “딸을 만나게 해주겠다”며 두차례에 걸쳐 B씨를 약속장소로 나오게 한 뒤 보위부에 넘기려 했지만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B씨가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이후 한국영화를 시청한 죄로 수감된 A씨는 중형에 처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검찰소를 탈출해 2000년대 중반 귀순했다.

귀순한 뒤 불법 사기 대출 등의 범죄를 저지른 A씨는 사기에 탈북 전 보위부에 협력한 혐의까지 더해져 지난해 12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B씨를 북한 당국에 넘길 경우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을 알면서도 보위부 지령에 따라 범행했다”며 “이 과정에서 B씨의 어린 딸을 이용하는 등 죄질이 나쁘고 범행을 부인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탈북하기 전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인데다 미수에 그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 측은 “전혀 모르는 일이며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 당국의 강요에 못 이겨 이뤄진 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협박에 의한 강요된 행위로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탈북 전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처벌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북한 주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귀순한 탈북자에 대한 처벌 여부 등으로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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