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서서 일하기 확산…서비스직 “잠시라도 앉아봤으면”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에 근무하는 박재교(52) 팀장은 요즘 서서 일하는 맛에 흠뻑 빠졌다.2개월 전부터 책상 위에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노트북 받침대를 놓고 서서 일하기 시작했는데 우선 눈에 띄게 건강이 좋아졌다고 자랑이다.
박 팀장은 “종전에 장시간 앉아서 일할 때는 요통이 심했는데 서서 일하기를 시도하면서 통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상체보다 상대적으로 부실했던 하체가 단단해져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박 팀장이 비슷한 증세로 고민하던 주변 동료들에게 이같은 탁월한 효과를 알리자 점차 서서 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진국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장도 최근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받침대를 놓고 짬짬이 책이나 서류 등을 올려 서서 본다.
이덕형 롯데아울렛 김해점장은 벌써 4개월째 서서 일하고 있다.
이 점장은 종전 앉아서 일하던 책상 아래에 30㎝가량의 부목을 붙여 아예 서서 일할 수 있도록 바꿔 버렸다.
그는 “서서 일하면서 건강이 좋아진 것은 물론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춰 대화함으로써 소통에 좋은 계기를 됐다”고 말했다.
앉아서 직원들의 보고를 듣지 않고 함께 서서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 서로 편하고 훨씬 친근감이 간다는 것이다.
서서 일하기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고의종 시설팀장이 제안했다.
고 팀장은 물론 사무실 내 직원 2명도 잇따라 책상을 높였다.
고 팀장은 “앉아서 일할 때는 왠지 몸이 꾸부정했는데 서서 일하니 자세도 바로 잡히고 업무 집중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점장 외에도 4명의 직원이 서서 일하기에 동참했고 앞으로도 서서 일하기를 희망하면 책상을 바꿔주기로 했다.
이처럼 앉아서 일하는 도내 사무직을 중심으로 서서 일하는 문화가 늘고 있지만 조립라인 생산직이나 판매원, 계산원 등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장인들 사정은 정반대다.
이들은 오히려 다리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건강을 위해 잠시라도 앉기를 희망한다.
실제로 상당수 백화점, 대형 마트 등에서는 노동계의 요구로 근로자와 계산원들의 근무환경 개선과 건강을 위해 의자를 마련해 놨다, 그렇지만 업무 여건상 앉기가 쉽지 않고 앉을 수 있는 시간도 길지 않은 실정이다.
또 일부 사업장에서는 의자를 비치했다가 다시 치워버리는 일도 있다.
손님을 직접 대하는 서비스업, 유통업계 속성상 직원들이 앉아서 일하면 ‘건방지거나 게을러 보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업주가 아예 서서 일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창원지역 대형 마트에서 장시간 서서 일하는 한 여직원은 “종일 서서 일하면 다리와 발이 퉁퉁 붓고 심한 통증에 시달린다”며 “마땅히 앉을 수 있는 의자나 공간도 없어 너무 힘든다”고 호소했다.
보건 전문가들은 장시간 서서 일하면 오히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피로가 쌓이고 몸이 경직되거나 허리, 목, 어깨가 뻣뻣한 통증을 느끼고 다리부종과 하지 정맥류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할 것을 충고했다.
안전보건공단 경남지사 주귀돈 팀장은 “장기간 서서 일하는 직장인에게는 입·좌식 의자를 제공해 틈틈이 앉을 수 있도록 하고 발 받침대나 피로예방 매트를 지급해 발의 피로도를 줄여야 한다”며 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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