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분석 나오기 전까지 유씨 사망 전혀 생각 못해”

이성한 경찰청장은 22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 정보를 확인하는데 한달 이상 걸린 데 대해 “초동수사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 청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씨일 것이라는 의심을 하지 못했고 21일 오후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와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국과수에서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유씨가 사망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변사체는 계절에 맞지 않는 점퍼 차림이었고 구원파에서 쓰이는 문구가 적힌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는데다 유씨가 평소 복용하던 건강식품도 발견됐지만 경찰은 이를 일반 변사 사건으로 처리해 초동수사에 허점을 남겼다.

변사체가 상당 기간 방치돼 백골 상태가 되고 나서야 발견된 경위에 대해 배석한 경찰 간부는 “변사체가 나온 곳은 민간인 소유지로 집중 수색 대상 지역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곳은 유씨가 도주 중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진 송치재 휴게소에서 2.5km 가량 떨어진 지점이지만 수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사체에 대한 정밀 감식을 통해 독극물이나 목졸림 등 타살 의혹이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청장은 “시신의 보존 기간이 길어지면 사인 분석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이 청장은 5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유씨 부자의 도피 행각과 관련해 자신의 관내에서 중요한 사안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경찰 지휘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순천 경찰은 유씨가 숨져 백골 상태가 될 때까지 몰랐으며 사체를 발견한 이후에도 이 사체가 유씨일 수 있다는 의심을 하지도 않았다.

이 청장은 이에 대해 “제반 사항을 잘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씨 시체를 발견한 박모씨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유씨를 신고한 것은 아니지만 유씨가 숨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줬기에 심의를 통해 보상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