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프레스 직원 신모씨 진술
검찰이 지난 5월 2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수색할 당시 유씨가 내부에 숨어 있었으나 발견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났다. 유씨에 대한 부실 수사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23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에 따르면 유씨와 함께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 은신했다가 구속된 아해프레스 직원 신모(33·여)씨는 지난달 26일 조사에서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씨를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며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씨는 은신처 안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신씨의 진술을 확보한 직후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해 약 10㎡(3평) 규모의 비밀 공간을 확인했다. 내부에는 도피자금으로 보이는 현금 8억 3000만원과 16만 달러, 4번·5번이라고 적힌 띠지가 담긴 여행용 가방 2개가 놓여 있었다. 비밀 공간은 통나무 벽을 직사각형 형태로 잘라 만들었고, 외부에 다시 통나무를 끼워 맞춰 일반적인 통나무 벽인 것처럼 위장했다.
검찰은 신씨의 진술을 통해 비밀 공간을 확인했지만 신씨를 포함한 구원파 신도들이 수사 교란을 위해 수시로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며 첫 수색 당시 유씨가 실제로 비밀 공간에 숨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앞서 신씨는 체포된 당일에는 유씨와 관련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다 사흘 만에 “잠을 자고 있었는데 새벽에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 보니 유씨가 어떤 남성과 대화하는 모습을 봤고, 다시 자고 일어났더니 사라지고 없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별장에서 유씨를) 찾지 못한 것은 통탄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씨 시체에 대한 약독물 검사 결과는 이르면 24일 나오고 사인은 25일 발표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5일 오전 약독물 검사 결과와 사인 등 분석 내용을 종합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직접적인 사인과 사망 시점 규명이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유씨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해 분석에 쓸 조직이 거의 없고 그나마 남아있는 조직에도 균이 자라 원상 보전을 못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7-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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