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농경지 침수, 낙과에다 야구장 지붕도 파손
제12호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광주·전남 지역에 4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면서 피해가 속출했다.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2일부터 3일 오전 10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광양 백운산 409.5㎜를 최고로 고흥 337.5mm, 보성 336mm, 순천 319㎜, 장흥 244.5mm, 광주 34.5mm, 목포 68.1mm를 기록했다.
태풍 나크리는 3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목포 서쪽 약 140km 해상에서 시속 19km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85헥토파스칼, 최대 풍속은 초속 22m이다.
기상청은 이날 광주·전남 지역에 40∼100mm, 많은 곳은 150mm 안팎의 비가 더 내리겠으며 태풍이 북상함에 따라 서해안을 제외한 전남 내륙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서 점차 벗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태풍경보가 내려졌던 해상과 전남 14개 시군은 태풍주의보로 대치되거나 특보가 해제된 상황이다.
10시 30분 현재 해남, 함평, 영광, 목포, 신안, 진도, 흑산도·홍도 등 전남 서해안 7개 시군에 태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며 다른 지역의 특보는 모두 해제됐다. 서해남부 전해상은 태풍주의보로, 남해서부 전해상은 풍랑주의보로 대치됐다.
◇’폭우에 강풍까지’…주택·농경지 침수, 야구장 지붕도 날아가
전남 동부권을 중심으로 최대 4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서 침수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2일 보성군 겸백면 석호리에서는 주택 11동이 침수돼 주민 21명이 마을회관에 이틀째 대피 중이다.
인근 노동면 감정리에서는 주택 16동이 침수가 우려돼 26명이 잠시 대피했다가 귀가했다.
폭우에 강풍까지 불면서 인근 농경지 37.5ha에서 낙과 피해도 발생했다.
여수 돌산읍 평사리에서도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고 가로수 25주가 쓰러졌으며 장흥군 장흥읍 우산리 도로 일부도 침수됐다.
해남에서는 농경지 9곳 31.3㏊가 침수됐으며 비닐하우스 2개 동(5천700㎡)과 농협 건물 2곳의 지붕 660㎡가 파손됐다.
장흥 물축제 현장 주차장에는 허리 높이까지 차오른 강물에 잠긴 차량을 견인차로 끌어내기도 했다.
고흥군 동화면 구암선착장에서는 바지선 1척이 유실됐다.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리와 죽도리의 85가구(172)가 정전 피해를 입었지만 선박 출항 통제로 인해 전기 공급이 재개되지 않고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
강풍으로 인한 시설물 파손과 낙과 피해도 잇따랐다.
2일 오후 1시께 광주 북구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가로 1m, 세로 3m 크기 지붕 패널 17장이 강풍에 떨어졌다가 다음날 오전 복구됐다.
광주 남구 사동의 주택 지붕이 떨어져 나갔으며 동구 금남로에서는 느티나무가 쓰러지면서 주차차량이 파손됐다.
완도군 소안도 북암 호안도로가 강한 바람과 파도에 40m가량이 유실, 운행이 통제된 상태다.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1구 임모(55)씨의 집 2층에 있던 33㎡ 규모 조립식 건물은 강풍에 완전히 파손됐다.
순천과 강진에서는 각각 31ha, 18ha 규모의 과수원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여수시 여서동 한 호텔건물에서 1.5m 크기의 철제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맞은편 피자가게 유리창이 깨져 최모(21·여)씨 등 2명이 다쳤다.
낙과와 농경지 침수는 피해 상황이 집계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피서절정인데’…계곡·해수욕장 통제, 축제도 스톱
목포, 여수, 완도 주변 섬 지역을 오가는 62개 항로, 92척의 여객선 운항이 전날부터 통제 중이다.
전남 무안·여수공항을 오가는 항공기는 모두 결항했으며 광주공항에서는 일부만 운항 중이다.
지난 2일부터 지리산 탐방로 51곳과 대피소 8곳이 통제돼 산간계곡 야영객과 행락객 등 728명이 긴급대피했다.66개 해수욕장 입욕도 금지됐다.
태풍으로 인해 지역 축제도 일시 중지되거나 기간이 연기됐다.
지난달 29일 개막한 강진 청자축제는 계획보다 하루 앞당겨 2일 폐막했다.
1일부터 5일까지 일정이었던 목포해양문화축제는 2∼3일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폐막일을 6일로 하루 늦추기로 했다.
장흥 물축제장인 탐진강변에도 물이 천변까지 차올라 지난 2일부터 프로그램 운영을 일시 중지하고 시설물들을 임시 철거한 상태다.
주최 측은 기상 상황에 따라 향후 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다.
진도군 세월호 침몰 해역에도 지난달 30일 오후 7시부터 바지 2척과 함정들이 피항하고 수색 작업이 중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