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본부, 정밀수색 10일 넘도록 단서 찾기 실패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수사본부를 구성한 지 10일이 지나도록 사인을 밝힐 만한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는 등 자칫 수사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3일 유병언 사망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순천경찰서에 수사본부를 꾸리고 유씨가 머물렀던 송치재 별장 ‘숲속의 추억’과 시신이 발견된 매실 밭을 중심으로 주변 도로와 야산 등을 12일째 정밀 수색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안경 2개와 지팡이로 보이는 막대기, 비료 포대, 술병 등을 발견했을 뿐 유씨의 이동 경로를 추정할 만한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안경 가운데 하나는 유씨의 것이 아니고, 나머지는 예취기를 사용할 때 쓰는 눈 보호용으로 밝혀졌다.
또 지팡이도 경찰이 시신 발견 당시 수거 과정에서 분실했던 것을 뒤늦게 되찾아 당시 지팡이와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밖에 유씨 시신이 있던 곳에서 발견된 유류품과 비슷한 비료 포대와 술병 등은 유씨 이동 경로 파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허술한 유류품 관리와 수색 과정에서의 미숙함을 드러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히지 못한 유씨 사인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
경찰은 지난 6월 12일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 밭 풀숲에서 유씨 시신이 발견된 이후 단순 변사사건으로 판단하고 시신 주변의 유류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40여일 동안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는 부실수사를 했다.
또 지난달 21일 시신의 DNA 분석 결과 유씨와 일치한다는 국과수의 통보를 받고 나서야 부랴부랴 유류품을 다시 확인하고 수사본부를 차렸다.
당시 유류품에서 유씨의 책 제목 ‘꿈같은 사랑’ 문구가 새겨진 천 가방, 계열사 제조품으로 즐겨 먹던 스쿠알렌 병, 유씨가 입고 있던 옷 등을 세심하게 확인했더라면 초기에 유씨임을 밝힐 수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유류품 정밀수색 과정에서도 시신이 발견된 장소의 풀을 모두 베어내는 등 현장을 훼손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가 하면 인터넷 등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씨 이동경로를 확인할 단서를 찾는다면서도 당시 시신과 함께 19개가 발견된 콩 모양의 야생 열매가 무엇인지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수사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열매를 유씨가 어디서 확보했는지를 확인하면 이동 경로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이 열매가 콩과 다른 야생 열매인 것으로 보고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경찰은 매일 200여명 가까운 경찰력과 수색견 등을 동원해 10일이 넘도록 정밀수색을 벌이면서도 정작 유씨 사인을 추정이라도 할 수 있는 단서를 찾지 못하면서 유씨 사망 원인을 밝히는 수사가 미궁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단서가 나오지 않아 유씨 사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