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국 출신 100여명 가을 만끽
“한국말이 어렵고 아이들 키운다고 정신없어도 이렇게 모여 운동회도 열고 이야기를 나누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힘이 돼요.”
10여 개국 출신자로 구성된 ‘결혼이민자네트워크’ 회원들이 21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체육공원에서 열린 ‘다문화 운동회’에서 가족들과 함께 공을 굴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21일 서울 양천구 해누리체육공원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주부 웅 티후잉레(30)는 남편과 두 아이가 발야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10여 개국 출신의 결혼이주 다문화 가정으로 이뤄진 ‘결혼이민자네트워크’ 회원 100여명은 이날 가족들과 함께 ‘다문화 운동회’를 열고 가을을 만끽했다.
한국에서 가정을 꾸린 이들은 평소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현재 정보기술(IT) 지도사로 일하며 이주여성을 위해 상담과 통역 활동도 병행하는 웅은 “한국말을 한마디도 모른 채 한국으로 시집와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한국말을 배우면서부터 자신감이 붙었다”며 “돈 버는 일이 급하더라도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한국말부터 배우라”고 조언했다.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면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고 얘기했다. 필리핀 출신으로 세 자녀를 둔 메리 조이 엘 아파르티(37·여)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언어에 대한 어려움과 결혼 이민자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 때문에 힘든 점도 있지만 엄마가 먼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따라온다”며 “쑥스럽더라도 집에만 있지 말고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말했다.
결혼 8년차 웅의 남편 김태환(45)씨는 “남편도 처음에는 적응하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의사소통과 음식 문제가 제일 큰데 아내와 함께 장을 보며 대화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글 사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09-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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