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식물인간…”법규정에는 공무상 사망 안돼”>

<14년간 식물인간…”법규정에는 공무상 사망 안돼”>

입력 2014-10-03 00:00
수정 2014-10-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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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법, 퇴직후 3년내 사망자만 혜택…”비용절감 목적 ‘부당’ 규정”

“부상당한 지 3년이 넘어 사망하면 유족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래요. 그렇다고 그거 받자고 살아있는 사람이 빨리 죽기를 바랄 순 없잖아요.”

공무 수행 중 부상을 당해 식물인간 상태로 14년간 투병하다가 지난달 8일 숨진 고(故) 신종환(51) 경사의 아내는 3일 “병상에서 회복하지 못해 얼마 후 강제로 퇴직했는데 퇴직한 지 3년이 지나 숨졌다고 공무상 사망이 아니라는 것은 억울하다”며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신 경사가 재직했던 광주 광산경찰서는 순직 처리를 추진하고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문의했으나 공단으로부터 “공무원연금법 규정상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재직 중에 사망하거나 퇴직 후 3년 이내에 그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사망할 때 유족보상금을 지급한다”며 신 경사는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유족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지 않고 이에 따라 위험직무로 인한 순직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 경사는 2001년 3월 검문을 거부하고 달아난 용의차량을 추격하다가 순찰차가 뒤집히면서 머리에 큰 부상을 당해 휴직 처리됐다.

이후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가 계속되면서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자 1년 반 뒤인 2002년 10월 의원면직했다.

온몸을 꿈쩍도 할 수 없는 남편을 돌보느라 직장도 포기해야 했던 아내와 8, 7살이던 아들, 딸은 장애연금과 뒤늦게 신청한 국가 유공자 지원금으로 근근이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14년간 매일같이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남편을 병상에서 들어 올려 몸을 닦아주느라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온 아내는 아직 군인인 아들과 학생인 딸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지만 당장 일을 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는 장례를 마친 지 한 달이 다 돼서야 주변의 설득으로 자신을 위한 병원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유족보상금 수급권자가 되면 퇴직 당시 기준소득 월액의 23.4배를 지급하며 장해보상금(기준소득 월액 X 장애등급별 지급 비율 X 최대 60개월)을 받았다면 이 금액은 차감한다.

또한 유족연금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이전에 사고를 당한 신 경사는 재직 기간이 20년 미만이라 퇴직연금을 신청하지 못하고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한 바 있다.

유족보상금 지급 대상이 되면 일시불로 받은 퇴직금을 반납하고 퇴직연금액의 26%(20년 이상 재직자는 본인 퇴직연금액의 70%)를 유족 사망 시까지 연금으로 수령할지 선택할 수 있다.

위험직무로 인한 순직까지 인정되면 공무원 전체 기준소득 월액 평균액의 60개월치를 적용해 약 1억9천여만원의 순직보상금을 앞서 받은 보상금을 차감하는 조건으로 받을 수 있으며 순직유족연금도 별도로 수령할 수 있다.

경찰은 신 경사가 퇴직 후 상당기간이 지나 숨졌지만, 공무상 부상으로 식물인간이 돼 어쩔 수 없이 퇴직했으며 사망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에 공무상 사망 및 위험 직무 순직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 1일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심의를 요청했다.

경찰은 심의가 부결되면 안전행정부에 이의신청을 할 방침이다.

딱한 사정을 들은 동료 경찰관들도 지난달 19일 조의금을 모금해 유족에 전달하는 한편 신 경사를 유족보상금 수령 대상자로 인정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망의 인과관계를 가리는 문제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무조건 퇴직 후 3년 이내 사망자까지로만 보상 대상 기준을 정하고 예외규정을 두지 않는다면 이는 억울한 사람이 생기든 말든 보상금 지급 대상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만든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 수행 중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사람 대부분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도 병간호 때문에 어렵게 사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국가가 이를 외면한다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하려 하겠는가. 예산 절감이 필요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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