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동승한 본지 기자에 호소…“떳떳… 출국하는 일 없을 것”
‘정윤회 국정개입의혹 문건’ 작성과 유포 의혹을 받고 있는 박모(48) 경정은 경찰서내 기자들의 쏟아내는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서울신문 기자와 동승한 택시 속에서는 눈물을 보이며 대신 자신이 공무원 신분이라는 점을 호소했다.정윤회 청와대 동향보고 문건과 관련하여 유츨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도봉경찰서 박관천 경정이 1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말끔한 정장차림의 담담한 표정의 박 경정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서를 유출한 적 없다’,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는 두 마디만 남기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날 오전 8시 30분 경찰서 간부 회의가 있었지만, 박 경정은 회의에 참석하는 대신 돌연 이틀 휴가를 내고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사실 바탕으로 문건을 작성했는지’, ‘정윤회씨를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는지’, ‘문건 도난됐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사실인지’등을 묻는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짧게 대답하고 택시에 올랐다.
수많은 취재진을 뒤로하고 서울신문 기자와 택시에 동승한 박 경정은 담담한 표정 대신 자신이 힘든 상황에 놓였음을 호소했다.
박 경정은 “제가 심장약을 먹어야해서 사무실에 있는 약을 가지고 나왔다”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드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떳떳하다면 차라리 문건작성이나 유출 의혹에 대한 공식적으로 입장을 한 뒤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고 털어내는 것이 어떻냐”는 기자에게 박 경정은 눈물을 보였다. 박 경정은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며 대답 대신 “나는 공무원입니다”라는 말로 쉽게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임을 돌려 말했다.
다만 출국금지 조치가 된 사항에 대해서는 “출국하지 않을 거고 어떤 통보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집으로 들어갔던 박 경정은 이날 10시 30분쯤 자신의 차량을 타고 다시 나와 경기 남양주시 양정역 한 공터에 차를 세워 담배를 태우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경찰 간부후보생 출신인 박 경정은 지난해 4월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됐다가 지난 3월 일선 경찰서의 정보보안과장으로 부임했으며 경찰조직 내에서는 수사·정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이와 관련, 내부 감찰을 실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기로 한 이상 경찰이 섣불리 움직이면 외부에서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