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짐승이 파헤쳐 드러난 시신…박춘봉 범행 묻힐 뻔

산짐승이 파헤쳐 드러난 시신…박춘봉 범행 묻힐 뻔

입력 2015-01-07 16:39
수정 2015-01-0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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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은 시신을 담은 비닐봉지를 등산로에 버린 피의자 박춘봉(55·중국 국적)의 대담성이 아닌 비닐봉지를 파헤쳐 시신을 드러나게 한 산짐승 덕에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용정)는 7일 박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러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은 지난해 11월 26일 동거녀 김모(48·중국 국적)씨를 목 졸라 살해하고 다음날 오전부터 이틀에 걸쳐 시신을 훼손한 뒤 검은색 비닐봉지 10개에 담아 팔달산 등 5곳에 유기했다.

이 가운데 팔달산에 버려진 비닐봉지 밖으로 빠져나온 시신 일부를 지난달 4일 등산객이 등산로 주변에서 발견,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졌고 시민 제보를 받은 경찰은 같은달 11일 박을 검거했다.

당초 경찰과 범죄심리 전문가 등은 시신 발견 직후 피의자가 인적 많은 등산로를 유기 장소로 선택했다는 점에서 대담성에 주목해 피의자의 성향을 분석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 박은 시신이 담긴 비닐봉지를 등산로에서 5m가량 떨어진 수풀 너머 땅속 70㎝가량 아래에 ‘불상의(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도구’를 이용해 파묻고 그 위를 나뭇가지 등으로 덮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며 비닐봉지를 땅에 묻었지만 산짐승들이 끄집어낸 뒤 파헤치면서 등산로 주변으로 굴러 떨어졌고 빠져나온 시신 일부가 등산객 눈에 띄었다.

경찰이 시민 제보 이전까지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점을 감안하면 시신 발견이 더 늦어졌다면 자칫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도 박은 범행 직전 미리 시신을 훼손할 장소를 물색하고 범행 직후 김씨 휴대전화로 김씨 언니에게 ‘나 당분간 멀리 떠날거야’라는 문자를 보내 스스로 잠적한 것처럼 꾸미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워 완전범죄를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에 대한 행동·심리생리 검사에서 ‘반사회적 경향과 함께 일반인 수준 이상의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처럼 박은 검거된 뒤에도 갖은 방법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수사 기법은 피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찾지 못한 시신에 대한 단서를 찾고자 최근 여러 사건에서 성과를 보이는 최면수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최면전문가 등을 통해 2차례에 걸쳐 시도했지만 박이 몰입하지 않아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질문에 입을 닫거나 수시로 말을 바꾸는 것을 보면 시신이 발견되지 않으면 살인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점과 우발적 범행인 경우에는 정상 참작이 되고 시신을 잔혹히 훼손한 것이 들통나면 가중 처벌받는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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