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독립영화” vs “가학적 영상에 무슨 저작권”
‘귀하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250만원을 19일까지 지급하셔야 합니다.’이번 달 초 A씨는 자신에게 날아온 ‘저작권 침해에 따른 침해중지 및 손해배상 청구’라는 서류 한 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 강남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온 이 청구서에는 ‘A씨가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인터넷 J 사이트의 영상 4편을 무단으로 포털사이트 카페에 유포했다’며 편당 50만원에 위자료까지 포함해 2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6일 관련 카페 회원들에 따르면 J 사이트는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는 영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으로, 운영자는 영상들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한 상태다.
A씨와 같이 ‘J 사이트의 영상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받은 이들은 50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률사무소는 이 영상들을 두고 “J 사이트 운영자는 일부 회원의 후원금을 받아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독립영화 영상’을 제작해 이 사이트에 공개해 왔다”며 이 영상들은 엄연한 ‘독립영화’라고 설명했다.
또 “이 영상들은 모두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판례에 의하면 음란물이라고 하더라도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며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손해배상 청구를 받은 이들 중 일부는 “이 영상들은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리고 일부는 상처까지 나는 영상으로 예술성과는 거리가 멀지 않으냐”며 “저작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종아리 체벌 마니아’들이 모인 카페에서 활동했는데, 이들 카페는 가입 후 회원 등급이 올라가는 조건으로 J 사이트의 영상 공유를 내걸어 회원들이 J 사이트에 있던 영상을 퍼 나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카페 회원은 “스토리도 없이 10분 넘게 종아리만 때리는 영상에 어떤 예술성이 있느냐”며 “평범하지 않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드러내기 꺼려 J 사이트 측이 요구하는 대로 배상금을 낸 회원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J 사이트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창 시절 체벌에 대해 향수를 느끼고 회초리 영상을 보고 삶을 되돌아보는 성적 소수자들이 돈을 모아 만든 예술 영상”이라며 “이들이 지난 수년간 제작한 작품들을 무단으로 유포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반박했다.
법률사무소 관계자 역시 “이미 법률 검토를 끝낸 사안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당한 저작권의 행사”라며 “J 사이트 관계자를 음해한 3명을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