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하자보수에 자라난 검은 유착 고리 첫 적발

아파트 하자보수에 자라난 검은 유착 고리 첫 적발

입력 2015-01-23 07:13
수정 2015-01-2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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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보증 직원·보수업체·아파트 입주자회의 회장 무더기 기소

외벽 균열이나 누수 등 아파트 하자보수와 관련해 공기업과 보수업체, 입주자회의 회장의 검은 유착 고리가 검찰 수사 결과 처음으로 드러났다.

시공사가 도산한 상황에서 아파트에 하자가 발생하면 일단 보증을 한 공기업이 보수 비용을 지급하는데, 이 비용을 부풀려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유철 부장검사)는 수도권 10여 군데 아파트에서 하자보수 비용을 부풀리는 대가로 대한주택보증 직원과 아파트 입주자 대표에게 금품을 뿌린 혐의(뇌물공여 등)로 하자보수업체 대표 임모(46)씨를 구속기소하고 또 다른 업체 대표 이모(60)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들로부터 여행경비와 현금 등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전 대한주택보증 관리차장 이모(50)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김모(4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검찰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 회의 회장 김모(55)씨 등 3명과 원가산정업체, 아파트 시공자 직원 등 7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또 다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 정모(48)씨는 기소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은 아파트가 분양된 뒤 시공사가 도산해 하자보수를 책임지지 못할 때를 대비해 아파트 건축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자가 발생하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를 통해 보증이행청구를 받은 대한주택보증이 현장을 조사해 기초 금액을 산정하게 된다.

이후 입주자 대표회의가 선정한 보수업체는 입주자 대표회의를 대신해 금액을 청구하는 업무를 대행한다.

보수업체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담당 업체 내정과 대한주택보증이 산출한 하자 규모에 따라 매출과 이익이 좌우돼 검은돈을 살포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실제로 업계 1위인 보수업체 대표 이모(60)씨는 담당 업체 내정과 하자 부풀리기를 위해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 대한주택보증 직원, 원가산정업체 등에게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약 2억 5천만원의 검은돈을 뿌렸다.

결국 보수업체는 대한주택보증에서 나오는 공적자금으로 배를 불렸으며, 이 돈은 다시 대한주택보증 내부 직원과 입주자 대표 회의 회장의 주머니로 흘러가는 유착 고리가 완성된 것이다.

하자를 조사하는 대한주택보증 직원은 모두 9명으로, 관리·감독도 받지 않고 인사 교류도 없어 절반에 가까운 4명이 유착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하자를 부풀려 과다 지급받은 돈으로 LED등, 폐쇄회로(CC)TV, 주차 차단기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는데 유용하거나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썼다.

감사원의 수사의뢰에 따라 일단 상위 업체 6곳에 대한 수사를 마친 검찰은 업계에 이러한 유착 구조가 만연해 있다고 판단, 다른 업체로도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하자보수와 관련한 유착을 적발한 첫 사례”라면서 “이러한 비리로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금액 전용에 대한 감독과 제재 강화 등을 관계 기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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