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돈받은 檢수사관, 명동 사채시장서 ‘돈세탁’

조희팔 돈받은 檢수사관, 명동 사채시장서 ‘돈세탁’

입력 2015-01-26 16:04
수정 2015-01-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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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부터 15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검찰 서기관이 범행을 감추기 위해 치밀한 돈세탁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대구지검에 따르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모(54) 서기관은 뇌물로 받은 돈을 합법적인 돈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명동 사채시장을 이용했다.

그는 조희팔이 숨긴 재산을 관리해온 현모(52·구속)씨로부터 수사 무마 부탁과 함께 받은 3억 원 상당의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친분 관계가 있던 정모(47·구속)씨 회사의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데 투자한 것처럼 꾸며 ‘돈세탁’을 했다.

이 과정에는 친인척 3명의 차명계좌가 동원됐다. 1억 원짜리 3장의 CD를 정씨의 도움 아래 명동 채권매입 업체를 통해 현금화한 뒤 다시 이들 3명의 친인척 계좌로 돌려받았다.

이후 이 돈은 계획대로 정씨 회사에 전환사채 청약금 명목으로 투자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 서기관이 받은 뇌물은 일반 상장기업 투자금으로 바뀌었다.

수사관 출신인 오씨는 고철 사업자 현씨로부터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도 위장 수법을 썼다.

현씨가 운영하는 사업체에 투자하고, 투자 수익금을 돌려받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오씨는 이를 위해 2008년 6월께 현씨가 사실상 경영하는 M사에 1억 원을 투자한 것처럼 동업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인척을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했다.

이후 오씨는 현씨로부터 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5천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14년 10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15억 7천만 원 상당의 현금, CD, 자기앞수표 등을 챙겼다.

그는 검찰 수사에서도 현씨로부터 매월 투자 수익금 명목으로 일정액씩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투자금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돌려받은 점과 관련 인사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이 돈이 직무와 관련된 뇌물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오씨가 받은 뇌물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추징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오씨가 차명계좌로 받은 돈을 대부분 현금으로 찾는 방식을 써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등은 이번 사건이 토착화된 지역 ‘수사 권력’의 비리를 근본적으로 파헤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돈을 준 조희팔 측근과 뇌물을 받은 오 서기관을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오씨는 1990년 검찰 공무원이 된 이후 2년여 기간을 제외한 22년을 대구고·지검에서 검찰 수사관 등으로 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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