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화성시제안 ‘차범근로’ 거절…없던 일로

차범근, 화성시제안 ‘차범근로’ 거절…없던 일로

입력 2015-05-14 16:26
수정 2015-05-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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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의 ‘차범근로(路)’ 도로명 부여사업이 불교계의 반발에 이어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의 거절로 완전히 무산됐다.

14일 화성시에 따르면 차 전 감독이 최근 측근을 통해 “제 이름을 딴 도로 명명은 개인적으로 명예로운 일이고, 화성시에 감사하지만, 정중히 사양한다”는 뜻을 시에 밝혀왔다.

이에 따라 시가 공고와 주민공람까지 거쳐 차 감독의 이름을 딴 도로명을 부여하려던 사업이 무산되면서 시의 신중하지 못한 업무처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시는 오산·화성·수원에 걸친 서부우회도로 가운데 화성시 구간 5.2㎞를 ‘차범근로’로 명명하는 내용의 공고를 3월 25일 내고 나서 주민공람을 거쳐 4월 22일 확정했다.

화성시 기안동 67-1번지와 안녕동 6-10번지에 이르는 차범근로에는 명예도로명 표지석 3개와 명예도로명판 22개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화성시 화산동 출신으로 화산초등학교를 졸업한 차 전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사에 남긴 공로를 기리고, 청소년들에게 자긍심을 고취해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하고자 명예도로명을 부여하려던 시의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애초에 대상 도로를 잘못 선정했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차범근로는 사적 206호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융건릉과 국보 제120호 범종이 있는 용주사를 관통하는 왕복 4∼6차선 도로다.

차범근로 명명 소식이 알려지면서 용주사 신자들과 주변 지역 주민들이 “효와 역사를 상징하는 지역적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도로명을 결정했다”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새로 만들면서 다시 크게 지은 사찰로, ‘효’를 상징하는 곳인데다가 용주사 맞은편에는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인 융건릉이 있기 때문이다.

용주사 신자와 지역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화성시를 방문해 차범근로 명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고, 결국 시는 다른 도로를 차범근로로 선정하겠다면서 한걸음 물러섰다.

비대위 관계자는 “화성시가 사전에 용주사에 양해를 구하거나 협의를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도로명을 부여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화성시는 “용주사의 반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불교계의 압박에 굴복한 화성시는 이번에는 차 감독에게 거절까지 당했다.

시는 용주사 앞길 대신 인근의 효행로 1.6㎞ 구간을 새로 선정해 차 전 감독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돌아온 것은 ‘사양한다’는 답이었다.

시 관계자는 “차 감독께서 본인 때문에 지역의 갈등이 불거지고 이슈가 될까 봐 차범근로 도로명 부여를 고사한 것 같다”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결과가 이렇게 됐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재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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