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최소 6개월 이상 치료 필요
“(우리 아이가) 험한 표정을 짓고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물건을 뺏는 등 폭력성을 보였어요.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도 오지 않아 정신과 상담을 받았습니다”식사 도중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인천 송도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뺨을 맞은 네 살배기 A양의 어머니가 법원 양형조사관에게 재판 과정에서 털어놓은 사건 후유증이다.
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밤에 자주 깨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며 남의 눈치를 보는 등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해당 어린이집 피해 아동들의 심리치료를 담당한 놀이심리치료사들도 사건 이후 아동들의 상태를 걱정했다.
놀이심리치료사 2명은 해당 보육교사의 재판을 맡은 재판부에 “불안감이 가장 많고 사람에 대한 회피·경계반응을 보인다”며 “일부 아동의 경우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로 같은 어린이집의 다른 피해아동 부모는 법원 양형조사관에게 “아이가 전과 달리 괴물이야기를 하고 밤에 공포를 느끼며 동생에게 폭력적으로 행동했다”며 “선생님이 잡혀갔다고 하니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아동 어머니는 “(아이가) 악몽을 꾼 듯 벌떡 일어나 돌아다니며 ‘안 갈거야, 안 먹을 거야’라고 횡설수설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일부 아동들은 의사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
피해 아동들을 진료한 의사는 “피해자들이 불안, 분노 반응, 부정적 정서의 증가 등의 증상을 보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내렸다”며 “최소 6개월 이상 안정적 환경 조성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내놓았다.
인천지법 전문심리위원도 “A양은 자발적이기보다는 겁을 먹은 상태에서 지시에 따라서 토사물을 주워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공포감으로 고통스러운 기억이 지속되거나 이 사건과 관련된 괴로운 꿈을 꾸는 등 재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천지법 형사 9단독 권순엽 판사는 2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 B(33·여)씨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에게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권 판사는 “피고인은 아동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돌볼 책임이 있는 어린이집 교사로서 보육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상실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