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부당한 영향력 행사 없었다…돈거래 없었던 게 증거”
제 기능을 못하는 음파탐지기가 통영함에 장착되기까지 황기철(59·구속기소) 전 해군참모총장이 방위사업청 곳곳에 압력을 넣은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음파탐지기를 납품한 미국계 H사 측 브로커인 김모씨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황 전 총장의 공판에서 2009년 1월 H사의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황 전 총장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황 전 총장이 2009년 통영함 납품 사업자 선정 당시 함정사업부장(소장)으로 재직하며 성능 미달의 H사 음파탐지기가 납품되도록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했다.
브로커 김씨는 황 전 총장의 상급자인 정옥근 당시 해군참모총장의 해군사관학교 동기생이다. 공판에서 합수단 측 증인으로 나온 김씨는 “당시 중개인으로서 음파탐지기도 취급한다고 황 전 총장에게 소개했다”고 진술했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이 김씨의 해사 동기인 정 전 총장에게 잘 보이려고 H사의 납품이 성사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방산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 평가와 제품 시험평가, 납품업체와의 협상 과정 등 납품이 성사되는 전 단계에 걸쳐 의사결정에 관여한 후배 군인들에게 외압을 넣었다고 봤다.
2009년 6월 H사의 제안서 평가 업무를 총괄한 김모 팀장은 이달 22일 황 전 총장의 공판에서 “인사차 찾아간 자리에서 황기철 당시 함정사업부장이 ‘이 사업이 연내에 꼭 추진돼야 한다. 총장님(정옥근) 관심사업이다. 총장님 동기생(브로커 김씨)이 관여하는 사업’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H사 제품의 구매 시험평가 때도 황 전 총장은 당시 방위사업청에서 관련 업무를 주관한 권모 전 해군 대령의 사무실을 2차례나 찾아갔다.
증인으로 나선 권 전 대령은 “당시는 시험평가 계획안을 작성하고 평가 결과를 판정하는 시기였다”며 “황 전 총장이 이례적으로 ‘시험 평가가 잘 되고 있느냐. 뭐 문제 있느냐’고 물어 H사 음탐기 시험평가에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다”고 증언했다.
반면 황 전 총장의 변호인은 음파탐지기 납품 과정에서 황 전 총장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으며 김씨나 H사와의 금품거래가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고 반박했다.
또 방위사업청의 의사결정 구조상 함정사업부장이던 황 전 총장이 납품사 선정에 관여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인사권자가 아닌 정옥근 전 총장에게 잘 보이려고 황 전 총장이 부당한 행동을 했다는 논리 역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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