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폭발로 아들 잃은 어머니 “오늘 저녁 고기 구워주려 했는데…”
”우리 아들이 오늘 일을 그만두려고 했는데…”3일 울산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처리장 집수조 폭발사고로 숨진 근로자 가운데 대졸 취업준비생이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숨진 한화케미칼 협력업체 현대환경 소속 직원 6명 가운데 천모(28)씨의 시신이 안치된 울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천씨의 어머니 전모(56)씨는 “아들이 지난달 8일 현대환경에 첫 출근해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망연자실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사회 경험을 위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소한 분야여서 처음에는 꺼렸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잠깐이라도 해보려고 시작했다.
가족들은 아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 채 ‘안전요원’으로 알고 있었다.
천씨는 작업 현장이 있는 울산에서 모텔을 숙소를 잡고 일하다 금요일 오후 일이 끝나면 부산의 집으로 가서 주말을 지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다른 직장을 찾기위해 숙소에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자기소개서도 준비했다.
어머니는 “숙소로 정한 모텔 방의 불이 밝지 않아 휴대전화에 끼워 불을 밝히는 전등으로 힘겹게 공부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천씨는 사고가 난 이날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려고 했다.
어머니 전씨는 “(아르바이트) 4주를 채우고 오늘 그만두려 했는데 그만 아들을 잃었다”며 통곡했다.
그는 “내 휴대전화에 ‘보물1호’로 저장된 아들은 매일 저녁 일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면 전화를 걸어 나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던 착한 아이였다”며 “어제 밤에는 일이 힘들었는지 누워서 전화했고, 많이 피곤해 하는 것 같았다”며 가슴을 쳤다.
어머니는 “오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오면 좋아하는 고기 구워주려고 15만원어치 사뒀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씨는 이날 사고가 난 뒤 원청업체인 한화케미칼이나 현대환경 측에서 아무런 전화연락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났는데도 아무도 연락해주는 사람이 없어 인터넷에 떠 있는 기사보고 아들이 있는 사고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폭발사고나 아들의 사고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며 눈물과 함께 분통을 터뜨렸다.
공장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직원들이 막아 사고 현장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그는 “사고가 이렇게 크게 났는데 공장 앞에서 현장 근로자 가족이라고 해도 아무런 설명도, 죄송하다는 말도, 어떤 말도 해주지 않았고, 들여보내 주지도 않았다”며 “시장이 오면 사고 브리핑을 같이 들어라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머니는 “죽은 아들의 얼굴이라도 확인하기 위해 다가가려 했지만 들여 보내 주지도 않았다”며 “이번 사고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억울해 했다.
천씨가 안치된 병원 장례식장에도 한화케미칼이나 현대환경 관계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함께 있던 천씨의 외삼촌(54)은 “정부에서도 늘 안전을 강조하지만 지키지 못하면 뭐하나”며 “울산에서 똑같은 사고가 계속 일어난 것으로 아는데 사고 현장에 가스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고 용접하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화케미칼은 원청업체로서 제대로 안전 관리감독을 하고 작업을 진행했었야 했는데 안전메뉴얼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시시비비를 가려 또다시 이런 사고로 인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