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전관 관행 근절 계기” vs 辯 “변호사 업계 양극화만 심화”
형사사건에서 성공 보수를 금지하면 대법원의 전망대로 법조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전관예우 관행이 사라질 수 있을까.형사사건에서 성공 보수를 금지해야 한다는 논의는 1995년부터 있었다.
20년 만에 전원합의체 판결로 성공보수 무효를 선언한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전관예우 문제를 해결하고 사법신뢰를 회복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성공보수를 금지하면 착수금이 올라가고, 연쇄적으로 소송 초기 비용이 상승하면서 오히려 서민 계층의 법률 서비스 접근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늘 수요가 몰리는 전관들보다는 중소 로펌이나 변호사들이 타격을 받게 돼 전관예우 근절 효과보다는 변호사 업계의 양극화만 심화시킨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성공보수 금지 논의 20년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를 금지해야 한다는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이를 규칙 등으로 정하기 위한 시도를 처음 시작한 것은 대한변호사협회였다.
대한변협은 1995년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 보수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 마련을 논의했다.
그러나 당시 이런 시도는 변호사 보수기준을 대한변협이 정하도록 한 변호사법 조항이 삭제되면서 무산됐다.
1999년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범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됐다.
형사사건은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의자나 피고인의 상태를 이용해 고액의 성공보수가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윤리적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이후 17대, 18대 국회에서 성공보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제출됐지만, 법률안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못했다.
대한변협은 개정안이 발의되자 2007년 5월 계약자유의 원칙에 어긋나고 공정거래와 자유경쟁을 해하며, 모든 형사사건을 국선화하는 효과가 있어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 ‘성공보수 무효’ 전관예우 근절 계기 될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법조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전관예우를 타파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형사사건에서 유리한 결과를 받아내는 데에는 변호사와 판·검사의 친분이나 청탁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보고, 많은 성공보수를 주고서라도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변호사 처지에서도 성공보수금을 받으려고 판·검사에게 청탁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드는 원인이 돼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의 이런 성공보수약정을 무효화하면 전관변호사를 찾는 경향이 사라지게 되고 사법불신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은 당장은 변호사들이 착수금을 높여 받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변호사 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착수금은 결과와 무관하게 지급하는 돈이어서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게 됐다고 해서 착수금을 그만큼 높여 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또 변호사 보수의 과다를 둘러싼 법률 분쟁이 감소하고 전관예우나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사법불신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강조해온 평생 법관제 정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내부의 시각이다.
성공보수가 금지돼 전관예우가 없어지고 변호사 보수가 적정수준에서 자리를 잡으면 변호사 개업을 하려는 법관의 수가 줄어들 것이고, 결국 평생법관제 정착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 업계에서는 오히려 전관이나 대형 로펌은 영향을 받지 않고 중소형 로펌이나 개인변호사만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착수금이 많아지면 서민들은 당장 큰돈을 마련하기가 어려워 사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게 되는 반면, 돈 있는 사람들은 착수금을 많이 주고서라도 전관을 선임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전관예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초기 소송 비용이 상승하면서 양질의 법률 서비스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