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교수, 아베 담화는 “진중하게 쓰인 훌륭한 문장”

이영훈 교수, 아베 담화는 “진중하게 쓰인 훌륭한 문장”

입력 2015-09-08 21:41
수정 2015-09-0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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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연 역사포럼’ 창립기념강연회서 아베 담화에 ‘파격 발언’”역사해석 다투는 외교 어리석어…각자 기억 존중하고 시선은 미래에”

뉴라이트 계열 학자로 꼽히는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사죄와 반성이 없어 국내에서 비판받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를 긍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 교수는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사연(선진사회만들기연대)역사포럼 창립기념강연회의 주제발표문 ‘좌우파간의 역사인식은 왜 다른가’에서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근원의 적수는 우리의 민족주의”라며 “민족주의는 온 한국인을 교도로 지배하는 유사종교와 같다”고 민족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아베 담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격동의 역사에 대한 나라마다의 기억은 각각의 처지가 달랐기 때문에 결코 같을 수가 없다”면서 “부드러운 얼굴로 각자의 기억을 존중하는 가운데 시선을 함께 미래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담화에 ‘일본군 위안부’를 비롯한 강제동원이나 기타 일제의 만행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사죄와 반성이 없다고 비판해온 국내 시민단체들과 다른 시각을 노출한 셈이다.

그는 “역사의 해석을 놓고 다투는 외교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라고도 발언했다.

아베 담화에 대해 그는 “진중하게 쓰인 훌륭한 문장”이라고 평가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 담화와 관련해 ‘살아있는 증인이 있는데 역사를 가린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일국의 원수가 입에 담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적인 수사”였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아베 담화가 형식적으로 이전 정부의 담화를 계승한다고 했지만 내용으로는 이전 담화를 기각했다고 분석하고, “아베 총리는 1910년의 한국 병합은 일본이 사과할 문제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일본이 자유·민주주의·인권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와 손잡고 평화와 번영의 세계를 건설하겠다는 담화 마지막 대목을 읽으면서 머리를 둔기로 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올해 4월 외교청서에 ‘한국과 기본적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표현을 뺀 것을 언급하면서 이 담화 마지막 대목은 일본이 한국에 “당신들은 우리와 같이 자유·민주주의·인권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인가”를 묻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인들이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이웃나라와의 갈등을 멈추지 않는 것은 죄다 강포한 민족주의의 위력에 눌려서다”라면서 “그런 상태에서 참된 의미의 자유·독립·인권·민주주의는 없다”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성숙한 인간에게 역사는 인간의 현명함과 어리석음을 성찰하는 대상일 뿐 (그것을 가지고)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것은 곤란하다”며 “한 기억을 다른 기억으로 대체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베 담화가 일제의 만행을 충분히 언급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는 “(과거 만행은) 앞서 고노 담화에서 모든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느냐”라면서 “고노 담화를 잘 읽어보면 (식민지 지배가) 외교적으로 종결을 본 문제라는 것이 잘 나타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 대표적인 학자로 언급되는 인물로, 과거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창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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