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친 아이들 보듬는 ‘기타 치는 경찰 아저씨’

마음 다친 아이들 보듬는 ‘기타 치는 경찰 아저씨’

입력 2015-10-20 10:31
수정 2015-10-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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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서 학교전담경찰관 송준한 경위

서울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학교전담경찰관(SPO) 송준한(49) 경위에게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바로 기타 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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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친 아이들 보듬는 ’기타 치는 경찰아저씨’
마음 다친 아이들 보듬는 ’기타 치는 경찰아저씨’ 서울 마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소속 학교전담경찰관(SPO) 송준한(49) 경위.
과거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 경찰에 입문한 송 경위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 등에게 기타를 가르치는 그는 앞으로도 힘든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마포경찰서 제공



1994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그는 벌써 20년 이상 근무한 고참 경찰관이 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밴드 음악 열풍이 불던 1980년대에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에서 세션을 맡았을 정도로 한때 잘 나가던 기타리스트였다.

어릴 때 음악에 관심이 많아 중학생 시절부터 기타를 쳤다. 고등학교 진학 후 부모님이 준 학원비로 몰래 기타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밴드 활동을 하면서 당시 록 음악의 ‘메카’로 불린 서대문 서문악기사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때는 인생의 목표가 음악이었죠. 1980년대만 해도 음악을 하면 일반 직장인보다 벌이가 괜찮았어요. 명동 홀리데이인에서 코리아나, 나훈아, 패티김 등 유명 가수들이 공연할 때 세션을 맡기도 했었죠.”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 합격하고도 입학하지 않은 채 음악에만 전념했다는 그는 군 복무도 공군 군악대에서 했다. 그러나 20대 후반이 되자 ‘나이 먹고서도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다 경찰에 지원했다.

임용 이후 대부분 시간을 지구대와 파출소, 방범순찰대 등 외근 부서에서 정신없이 보냈다. 직장인 밴드에서 활동하며 음악을 계속하긴 했지만, 고된 교대근무를 하며 틈틈이 짬을 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 경찰관으로서 ‘업’(業)으로 기타를 칠 일이 생겼다. 마포서에 근무하는 그의 동기가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에 ‘재능 기부’를 요청하면서다. 몇 차례 ‘업무상’ 기타 연주를 한 그는 작년 2월 아예 여성청소년과 SPO로 자리를 옮겼다.

학교에서 학교폭력 예방활동을 할 때 기타는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아이들을 모아놓고 교육하기 전 현란한 어쿠스틱 ‘핑거스타일’ 연주를 선보이면 아이들의 눈길이 확 쏠렸다. 자연히 교육할 때 편했다.

그는 이른바 ‘문제 학생’들의 기타 선생이기도 하다. 학교폭력 가해자나 피해자였던 아이들을 경찰서로 불러 개인 강습으로 기타를 가르쳤다. 지금까지 그를 ‘사사’한 학생만 70명이 넘는다고 한다.

송 경위는 학교폭력이나 가정학대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게 음악이 훌륭한 치료제라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다.

“엄마한테서 학대받고 자신은 학교폭력 가해자인 중학생이 있었어요. 저한테 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하더니 학교도 문제없이 다니더라고요. 지금은 강습일이 아닌 날까지 경찰서로 찾아오기도 해요.”

송 경위는 올 8월부터 매달 2차례 담당구역인 홍대 인근에서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겸한 ‘버스킹’(거리공연)을 한다. 친숙한 가요 등을 들려주면서 학교폭력 관련 퀴즈를 내기도 하는데, 중·고교생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음악이 자신과 아이들을 이어주는 훌륭한 매개라고 강조한 그는 앞으로도 힘든 아이들에게 음악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송 경위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여전히 많은데, 그 아이들에게 음악이라는 치료약을 계속해서 전해주고 싶다”며 “작은 재능이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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