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따기 쉽다”며 응시생 몰리지만 실제 전형에선 별 도움 안돼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서 아랍어가 베트남어를 제치고 3년 만에 다시 최고 인기 과목의 자리를 되찾았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일 발표한 2016학년도 수능 응시현황에 따르면 제2외국어·한문 영역 전체 응시생 7만1천22명 중 52.8%인 3만7천526명이 9개 과목 중 아랍어 I을 선택했다.
다음으로는 기초베트남어를 선택한 수험생이 1만3천41명으로 18.4%를 차지했다.
아랍어 I은 과거 가장 인기있던 제2외국어였다. 2004년 6월 수능 모의평가 때만 해도 1명에 불과했던 아랍어 응시자 수는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09년 수능부터 굳건히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4년도 수능에서 베트남어가 선택과목으로 채택되면서 2위로 밀려나 지난해 수능에는 19.5%가 아랍어를 선택하는데 그쳤다.
아랍어의 ‘인기 회복’은 올해 6월 모의평가 때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6월 모평에서 제2외국어·한문 응시자의 23.6%인 6천693명이 아랍어를 선택하면서 5천446명이 응시한 기초베트남어를 제친 것이다.
가르치는 학교도 거의 없는 아랍어가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쉽게 출제돼 조금만 공부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올해 수능에서 아랍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00점으로 러시아어I(71점)이나 한문 I(69점), 기초 베트남어(68점)보다 30점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아랍어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해서 반드시 시험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김두용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대학들도 아랍어 등 점수를 받기 쉬운 제2외국어로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을 잘 알고 있어 변환 표준점수 등을 이용한다”면서 “학생들의 기대보다는 실제 전형에서 쓸모가 없다는 게 대학 입학 관계자들의 전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실제 전형에서 영향력이 별로 없음에도 점수 따기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아랍어에 응시자가 몰리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부는 제2외국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절대평가로 전환해서 오는 또 다른 한계도 있으므로 고민중이다. 새로운 수능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주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