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10대 범인 집행유예·신은미 국내 추방 ‘다른 길’ 사건으로 ‘남남갈등’ 전선 넓혀
‘종북·극우 논란’을 빚은 신은미·황선씨의 토크 콘서트 폭발물 투척사건이 발생한 지 10일로 1년을 맞았다.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인 10대 범인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재점화한 진보·보수세력의 갈등은 여전히 온·오프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 ‘종북 논란’ 콘서트 중 갑자기 ‘펑’…사건 발생
고교 3학년이던 오모(당시 18)군은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8시께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교포 신은미·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토크 콘서트에서 인화물질이 든 냄비를 가방에서 꺼내 번개탄과 함께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과정에서 오군이 던진 냄비가 바닥으로 떨어져 ‘펑’ 소리와 함께 불이 붙어 매캐한 연기가 치솟았으며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이 때문에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원광대 이재봉 교수 등 2명이 화상을 입었고 불은 곧바로 진화됐다.
소동 탓에 콘서트는 중단됐다.
오군은 범행 전 신씨에게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했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고 주최 측에 의해 제지당하자 2분여 뒤에 사제폭발물을 던졌다.
경찰 조사 결과 오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활동했으며 콘서트를 방해할 목적으로 황과 질산칼륨, 설탕 등을 섞어 만든 속칭 ‘로켓캔디’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 범인 집행유예 선고받고 항소 포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군은 지난 5월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콘서트가 열리는 장소를 미리 가보고 폭발 시험을 하는 등 피고인의 행위로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했다”면서 “다만 피해자 일부가 피고인을 용서했고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으며 앞으로 지도교육을 통해 이념적 편향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는 점을 감안했다”고 판시했다.
재판을 맡은 이근영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정치와 사회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은 좋으나 과도하게 집착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균형적인 감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해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오군의 변호인은 “오군이 중학교 시절 탈북자 문제를 다룬 영화 ‘크로싱’을 보고 탈북자의 교회 간증을 듣고 난 이후부터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며 “오군이 범행을 뉘우치고 사회가 원하는 젊은이가 되겠다고 다짐한 만큼 법이 허용하는 한에서 선처해 달라”고 변호했다.
판결 직후 오군은 “앞으로 만회하는 삶을 살겠다”면서 항소를 포기했다.
오군은 1심 직후 법정 밖에서 피해자 곽성준(38·토크 콘서트 관계자)씨에게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행동을 사과했다. 곽씨는 끝내 그를 용서하지 못했다.
◇ 사건 후 각자 ‘다른 길’ 걸어
오군은 재판 과정에서 군대에 자원입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민주노총 집회 반대 대회에 참석하는 등 여전히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종북 콘서트 논란으로 올해 1월 국내에서 추방당한 신은미씨는 지난 6월과 10월 북한을 다녀왔다.
황선씨는 지난해 11월 서울 조계사 경내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북한체제를 긍정하는 발언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됐고 지난 6월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폭발물 투척사건은 극단적인 이념대결 양상으로 이어졌고 ‘남남갈등’의 전선을 넓혔다는 극히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런 양분된 이념은 현재까지도 북한 문제는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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