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 중 도망갔지만…그 가족 따뜻하게 감싼 검찰

보호관찰 중 도망갔지만…그 가족 따뜻하게 감싼 검찰

입력 2015-12-20 10:52
수정 2015-12-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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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귀국하자 공항서 구순 노모 상봉케 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보호관찰 중인 한 남성이 외국으로 도피했다. 검거에 나선 검찰은 도피자의 가족을 따뜻하게 보듬고 설득한 끝에 그를 자진 귀국시키는 데 성공했다.

20일 서울서부지검에 따르면 정모(54)씨는 유명 상표 운동복의 ‘짝퉁’ 1만2천여벌을 중국에서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 등)로 기소돼 2007년 8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집행유예 기간에는 보호관찰도 받게 됐다.

다른 사건으로도 조사를 받게 된 정씨는 이번에는 실형을 선고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한 나머지 2008년 10월23일 중국으로 몰래 출국했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보호관찰 대상자는 거주지를 옮기거나 한 달 이상 여행을 떠날 때는 보호관찰관에게 미리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정씨는 이를 어기고 도주해 집행유예 취소와 함께 수배자 신세가 됐다.

서부지검 검거팀은 정씨에 대해 여권발급 제한 등 행정조치를 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공조수사를 요청하는 등 행방을 쫓았다.

이 과정에서 검거팀은 자연스럽게 정씨의 부인 A씨를 접촉하게 됐다. 검거팀은 단순히 정씨의 소재를 묻는 것을 넘어, 도피자 가족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위로하는 등 관심을 쏟았다. 정씨 자녀의 진로까지 상담해 주기도 했다.

정씨 입장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5월 형 집행 시효에 관한 형법 조항이 개정되면서 집행유예 기간 외국으로 도주한 사람은 시효가 정지됐다. 2009년 6월 집행유예 취소 이후 시효 5년이 완성되기 불과 한달여 전이었다.

검거팀은 꾸준히 연락하던 A씨를 다시 한 번 설득했다. “형 집행 시효도 중단됐고, 가족과 떨어져 도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남편의 귀국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 올해 아흔인 정씨의 노모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간 검거팀이 보여준 따뜻한 태도에 감명받은 A씨는 마침내 남편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정씨는 도피 7년여 만에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정씨를 만난 검거팀은 약한 몸을 이끌고 공항까지 나온 노모에게로 그를 인도했다. 가족과 만남을 배려해 수갑은 채우지 않았다. 정씨를 만난 노모는 그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보였다.

어머니와 상봉한 정씨는 검거팀에 “한국 공기가 정말 좋다. 어머니를 뵙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뒤 호송차에 올랐다.

정씨의 부인 A씨는 이후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겁나고 멀게만 느껴졌던 검찰청 직원들이 평범한 국민 마음에 따뜻함과 편안함으로 믿음을 주는 사회가 된다면 살아가는 데 희망이 될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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