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출신 착실한 스포츠매장 점주”…알고보니 결혼사기범

“경찰출신 착실한 스포츠매장 점주”…알고보니 결혼사기범

입력 2015-12-30 11:36
수정 2015-12-3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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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왕자 꿈꾼 것도 아니었는데” 결혼자금 모은 적령기 여성 피해

지난해 12월 그녀의 매장에 손님으로 찾아온 운동복 차림의 남성.

주문한 제품을 찾기 위해 몇차례 더 매장을 방문할 때도 매번 운동복을 입고 나타난 남성은 뛰어난 외모는 아니었지만 키 172cm가량에 다부진 체격으로, 소탈하고 활동적인 모습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6개월 만에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발전했다.

박모(33)씨는 A(36·여)씨에게 자신을 유명 스포츠브랜드의 익스트림스포츠팀 소속 선수라고 소개했다.

전남에 해당 브랜드 스포츠 매장과 헬스클럽 한 곳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 제법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명품 대신 늘 운동복 차림이었다.

부모님은 현직 경찰공무원이고 자신도 경찰에 재직했으나 형사 생활에 염증을 느껴 그만뒀다는 박씨는 A씨나 지인에게 해당 브랜드 의류를 공짜가 아닌 납품원가에 제공하며 꼼꼼하고 착실한 사업가의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박씨는 대회가 끝나야 우승상금과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때문에 수천만원대의 대회 장비 구입을 위해 융통 가능한 현금이 부족할 때가 있다며 종종 A씨에게 목돈을 빌리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패러글라이딩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 2천만원 등을 받아 돌려주겠다며 장비 비용 4천200만원을 빌렸고 실제 매번 대회 후 일부를 갚기는 했으나 스카이다이빙, 암벽등반 대회 등을 이유로 돈을 빌리는 일이 반복됐다.

두 사람이 지난 6월 초 양가 부모님을 모시고 상견례를 하기 전까지 박씨가 A씨에게 이런 식으로 빌린 돈은 현금 1억2천만원과 신용카드 사용분을 포함해 모두 1억8천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A씨가 어느 날 박씨의 휴대전화에서 다른 여성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박씨의 새로운 실체가 드러났다.

거짓말이 하나 둘 탄로 나면서 A씨는 지난 6월 말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처음에는 오해라고 버티던 박씨는 지난 8월 자신 명의의 휴대전화를 해지하고 행적을 감춰버렸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이전에도 결혼 적령기 여성들을 상대로 수차례 사기를 친 전과가 있었고 스포츠용품매장과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해당 브랜드는 익스트림스포츠팀을 운영, 후원하고 있지도 않았다.

박씨는 A씨와 교제 도중 헬스클럽에서 알게 된 20대 후반 여성 B씨와도 연인 사이가 됐고 B씨에게도 같은 이유를 대며 1억1천만원을 빌렸다.

또한 자신을 본사 소속 선수라고 속여 일부만 지급하고 나중에 잔금을 치르겠다며 광주 일대 매장에서 수천만원대의 의류와 골프용품 등을 가로채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11월 7일 광주 서구의 한 원룸에 은신 중이던 박씨를 검거했다.

당시 박씨의 곁에는 30대 여성 C씨가 있었다.

박씨는 숨어지내던 지난 두 달여간 30대 여성 C씨와 사귀면서 C씨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는 등 결혼 가능성을 암시하며 8천만원 넘게 뜯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A씨에 대한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출신에, 자산가는 아니지만 건실한 자영업자인 것처럼 속여 결혼 적령기 여성들을 속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피해 여성 3명과 사업자들 외에도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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