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아버지 지속적 체벌’ 시인…살해 혐의는 부인경찰, 프로파일러 2명 투입해 범죄행동 분석 실시
장기결석 초등학생 시신 훼손·유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숨진 A군(2012년 당시 7세)이 부모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16일 A군 아버지(34)에 대해 폭행치사, 사체 손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어머니(34)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첫 수사 브리핑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고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신청한 혐의 이외에 부모 모두에 대해 살인 혐의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13일 오후 5시께 ‘2012년 4월 말부터 장기간 결석 중인 A군의 부모가 수상하다’는 부천 모 초등학교 교사의 제보를 받고 A군 소재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14일 A군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사는 인천의 한 빌라를 방문해, A군의 행방을 묻는 과정에서 A군을 학교에 등교시키지 않고 실종 신고 등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어머니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이튿날인 15일 A군의 어미니를 상대로 남편의 소재를 확인해 집 근처에서 배회 중이던 A군 아버지를 발견, 도망치는 것을 뒤쫓아가 붙잡았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이 들어있는 가방을 인천의 지인 집에 가져다 놓은 사실을 털어놨고 경찰은 해당 주거지에서 훼손된 시신이 든 가방을 발견했다.
A군 부모는 모두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아버지가 반복적으로 체벌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A군 아버지는 아들을 살해한 혐의는 계속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아버지는 “2012년 10월 초 평소 목욕을 싫어하던 아들을 씻기기 위해 욕실로 강제로 끌고 들어가다가 아들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의식을 잃었다”며 “이후 아들이 깨어났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한 달간 방치했고 같은해 11월 초 숨졌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아들이 사망한 뒤 시신을 훼손해 비닐에 넣어 냉동상태로 보관하다가 학교 관계자와 경찰이 집에 찾아올 것이란 아내의 말을 듣고 시신이 발견될 것이 두려워 최근 지인 집으로 옮겼다”고 주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군의 어머니는 “남편이 아들을 지속적으로 체벌했고 당시 직장에서 남편의 연락을 받고 집에 가보니 아들이 이미 숨져 있었다”면서 “남편의 권유로 친정에 간 사이 남편이 아들의 시신을 훼손, 냉동실에 보관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딸의 육아 문제가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A군 아버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아버지가 주장하는 A군의 사망 시점(2012년 11월) 6개월여 전인 2012년 4월 말부터 A군이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아들이 사고로 숨졌다면서도 한 달을 방치하고 사망 신고 대신 시신을 훼손해 냉동 보관한 점 등이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들 부부가 A군의 친부모이며 아들의 시신을 훼손한 사실을 인정한 아버지도 정신병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이날 저녁 A군 부모를 상대로 면담을 통해 범죄행동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나올 부검 결과와 A군 아버지의 진술, 정황 등을 종합해 최종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냉동 상태의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된 A군은 지난 4년간 학교와 교육청, 주민센터가 모두 소재를 모른채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군 소속 학교는 2012년 5월 30일과 6월 1일 두차례에 걸쳐 A군의 주소지가 있는 부천의 주민센터에 “아이가 집에 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주민센터 측은 학교, 교육청 어디에도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
부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 경찰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고리가 결여돼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점을 반성하고 있다”면서 “학생 문제에 대해 부모의 처분만 바랄 수밖에 없는 현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