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코앞’ 사립유치원들 “대출받아 급한 불 끄겠다”

‘보육대란 코앞’ 사립유치원들 “대출받아 급한 불 끄겠다”

입력 2016-01-17 10:25
수정 2016-01-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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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연합회, 한시적 차입 허가 요구…서울교육청 “수용 여부 검토”“교사 임금 체불 우려…누리예산 편성 안되면 집단행동”

서울의 사립 유치원들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금 미지급에 따른 보육 대란을 막고자 은행에서 일시적으로 운영자금을 대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관계 법령은 사립 유치원을 학교로 분류해 시중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누리과정 지원금 중단에 따른 유치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차입 운영을 한시적으로 허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17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 사립유치원연합회는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의 면담에서 일시적인 차입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매월 20일께 누리과정 지원금을 일선 유치원들에 지급해왔는데, 누리과정 유치원분 예산이 시의회에서 전액 삭감돼 지원금이 사실상 끊길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립 유치원들은 교사 인건비 지급을 위해 궁여지책으로 시중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공립유치원들은 인건비 등이 이미 안정적으로 지급되고 있어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기더라도 사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다.

서울사립유치원연합회 이명희 회장은 “교육감 면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은행에서 차입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당국이 허락한다면 대출을 받아 급한 대로 교사 인건비라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대출받은 비용으로 급한 불부터 끈 뒤에 정치권의 협상에 따라 누리과정 지원비가 향후에 지급되면 이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시중 은행 몇 군데와 협의했는데 관계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교육청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도 “사립 유치원은 어린이집과 달리 원칙적으로는 은행 차입 등을 할 수 없지만, 유치원 연합회의 요청에 따라 대출 허용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육기관인 어린이집은 시중은행에서 별다른 제한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유치원은 교육기관인 ‘학교’로 분류돼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관계 당국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사립학교법 28조는 학교법인이 재산을 담보에 제공하거나 의무를 부담하고자 할 때, 또는 권리를 포기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학교에는 사립유치원도 포함된다.

이는 무분별한 대출로 인한 학교 운영상의 어려움을 막고,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법무법인 담우의 심혜섭 변호사는 “사립 유치원들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교육감의 허가에 따라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하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치원들이 이처럼 시중 은행 대출을 우선 고려하는 것은 누리과정 지원 중단에 따른 운영비 부족분을 당장 학부모에게 청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회장은 “강남 3구는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이 많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형편상 갑작스럽게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유치원비를 못 낼 것을 우려해 학부모들이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또 “보통 매달 25일에 유치원 교사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데 당장 지원금이 내려오지 않으면 임금 체불이 발생해 노동법 위반이 된다”며 “얼마 되지 않은 월급인데 체불까지 되면 교사들의 생활에도 막대한 타격이 간다”고 우려했다.

사립 유치원들은 서울시의회가 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편성 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회장은 “18일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들과의 면담이 예정돼 있는데 여기서 별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고 시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경비를 편성하지 않는다면 20일 시의회 앞에서 사립 유치원을 모아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회는 그러나 교육청의 재의 요구에 응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정부가 어린이집 무상보육 예산을 국고로 부담하지 않는 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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