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안아준 발레·판사 선생님… 작은 방황 뒤 훌쩍 클 아이들

꼭 안아준 발레·판사 선생님… 작은 방황 뒤 훌쩍 클 아이들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16-04-22 22:56
수정 2016-04-22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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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10대 다시 일어서는 ‘소년보호시설’

폭행·가출 10대 최대 1년 격리
주 1회 발레 강습 등 재기 도와… “시설 부족해 소년원 보내기도”

“누구나 자기 안에 ‘능력’을 품고 있어요. 그걸 깨닫지 못할 뿐이죠. 우리 다 함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옆에 있는 친구들을 토닥여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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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한 아동보호 치료시설을 찾은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이곳에 보호된 학생들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한 아동보호 치료시설을 찾은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이곳에 보호된 학생들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한 민간 아동보호치료시설 강당.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강수진(49)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단상에 오르자 50명의 소녀들이 “너무 예뻐요”라며 탄성을 질렀다.

강 감독은 이날 여상훈(60·사법연수원 13기) 법원장을 비롯한 서울가정법원 판사들와 함께 ‘6호 처분’ 기관으로 불리는 이곳을 찾았다. 6호 처분은 봉사나 교육보다는 강도가 높지만, 소년원 수용보다는 낮은 수준의 폭행 등 비행을 저지른 보호소년들이 대상이다. 최대 1년까지 보호시설에서 격리생활을 한다. 보호자가 없거나 가출 전력이 있는 청소년들도 들어온다.

국립발레단은 서울가정법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이달부터 10대 소녀 전용인 이 시설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발레 강습을 진행 중이다. 강 감독이 강연 도중에 얼마 전 이곳 소녀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발레 강습 동영상을 틀어주었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어색한 발레 동작과 표정을 보며 까르르 웃었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묶은 이들은 비록 한때 실수를 저질렀지만 영락없이 ‘꽃보다 아름다운’ 10대였다.

이 시설에는 교실과 식당, 체력단련실, 생활관 등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 엄격한 규율도 적용된다. 시설 곳곳에는 ‘폭력행위 금지, 약물행위 금지, 무례한 행동 금지’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 교사는 “힘든 시기를 거친 아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강연 뒤 교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수업을 받던 아이들을 안아줬다. 아이들도 강 감독에게 “발레를 하다가 힘들 때 어떻게 극복했느냐”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강 감독은 “밝은 아이들은 보니 내가 힘을 얻는다”며 작별 인사를 했다. 소년부 판사의 품에 안기거나 다정하게 팔짱을 끼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판사들은 “아동보호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시설이 전국에 모두 15곳이 있지만 대부분 정원초과 상태다. 반면 10대 비행이 증가하면서 시설에 들어와야 하는 보호소년은 늘고 있다.권양희 부장판사는 “시설 부족으로 아이들을 소년원에 보내거나 재비행 우려가 있는데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2016-04-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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