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심 중…법조계선 “전화변론 금지 변호사법 개정 시급”
검찰이 28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거진 ‘전관 로비’ 의혹 사건 수사에 나섰지만 법조계에선 ‘몸통’ 대신 ‘깃털’만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는 정 대표의 검찰 수사 단계에서 개입 의혹이 있는 검사장 출신 H변호사와 재판 단계에서 ‘브로커’ 건설업자와 만난 현직 L부장판사, ‘전화변론’을 하고 ‘성공 가능성’을 부풀려 과도한 수임료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부장판사 출신의 C변호사 등을 형사처벌할 마땅한 법률이 없기 때문이다.
‘특수통’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고 수사, 구형, 보석 단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심을 받는다. 예컨대 검찰의 2심 구형량(2년6개월)이 이례적으로 1심(3년)보다 낮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법원에 보석을 청구할 때에도 ‘위 보석 청구는 사안에 부합하도록 적의 처리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보석을 허가해 달라’는 강한 뉘앙스가 담긴 표현이라는 게 법원 출신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이 변호사가 했다는 ‘전화 변론’ 등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상식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행동이지만 수사를 하더라도 적용 법률이 없어 결국 무혐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검찰은 해당 의혹에 대해 “현재로선 수사를 할 계획이 없다. 일단 서울변호사회의 조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H변호사도 “제기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전화 변론’은 현재 변호사단체의 내부 징계만 가능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지난해 변호사가 선임계 없이 전화 변론하는 것을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해달라며 입법청원을 했으나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 수순에 놓였다.
정 대표 측 브로커와 만나 저녁식사를 한 L부장판사도 ‘처신의 적절성’을 둘러싼 지적은 있지만 법규상 문제가 될 부분은 나오지 않았다. L부장은 당시 정 대표의 항소심 재판장이었다. 그는 식사 다음 날 스스로 사건을 다른 판사에게 재배당해 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정 대표 구명 운동을 한 ‘브로커’ 건설업자 이모씨는 변호사법 위반, 사기 혐의 등으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미 사건을 불법 알선하고 빌린 돈을 갚지 않은 별개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법원의 사건배당 결과를 담당 재판장보다 먼저 알게 된 경위도 의문이다.
정 대표의 여러 사건을 거액에 수임했지만 당초 설명과 달리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임료 반환을 요구받자 분쟁을 벌이고 있고 ‘전화 변론’ 의혹이 있는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변호사법 위반 등에 관해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사건이 영화 ‘내부자들’에서 유착관계 먹이사슬 맨 아래의 조폭 출신 안상구(이병헌)만 구치소에 수감되는 것과 비슷한 결론이 될 것이라 우려한다. 법조계에선 20대 국회가 시급히 변호사법을 개정해 전관들의 전화변론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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