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 살인 현장검증…“이놈아 너때문에” 유가족 오열

무학산 살인 현장검증…“이놈아 너때문에” 유가족 오열

입력 2016-05-04 13:34
수정 2016-05-0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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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 놈 얼굴 공개해서 우리 동생 억울함을 좀 풀어주세요. 우리 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놈입니다. 이놈아, 너 때문에...”

친동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범인을 마주 본 언니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가 싶더니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 위로 굵은 눈물만 뚝뚝 흘리며 그 자리에서 통곡했다.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원계마을 입구.

무학산 살인사건 피의자 정모(47)씨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도착하자 그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군청색 점퍼를 입고 진파랑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정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범행 현장인 무학산 6부 능선으로 향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긴 했으나 지친 듯 수척한 표정이 눈에 띄었다.

정 씨가 호송차에서 내리자 일부 유가족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폴리스 라인 안으로 달려들다 경찰에 제압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 제압된 상태에서도 격하게 몸부림을 치며 ‘왜 막아서느냐’며 울부짖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정 씨 얼굴 공개와 사과를 요구하며 막아서 한때 경찰들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설득 끝에 유가족들의 양해를 구한 경찰은 정 씨를 데리고 무학산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경찰은 구치소에 수감중이던 정 씨를 강간 등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검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28일 피해자 A(여·당시 51세)씨를 무학산 6부 능선에서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주먹과 발로 얼굴과 배 등을 마구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경찰에서 “‘힐링’ 차원에서 등산을 했는데 우연히 A 씨를 보고 충동적으로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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