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권으로 다시 바꿔줘”…마술처럼 전국 은행원 깜짝 속여

“신권으로 다시 바꿔줘”…마술처럼 전국 은행원 깜짝 속여

입력 2016-05-16 10:53
수정 2016-05-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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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 찾는 사이 바꿔준 돈 ‘슬쩍’…신권 세고 유유히 사라져

은행원 박 모(28) 씨는 지난 3월 23일 업무를 마감한 뒤 결산하면서 현금 120만원이 부족한 것을 확인했다.

아무리 다시 결산해도 허사였다.

마치 자신이 돈을 빼돌린 것 같은 죄책감 마저 들자 종일 일했던 모습을 은행 내부에 설치해 놓은 폐쇄회로(CC)TV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지루하게 CCTV를 지켜보던 박 씨는 업무 마감이 임박한 시간대인 오후 4시께 모습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범하게 찾아온 한 손님과 업무 과정을 보고서야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권을 바꾸려고 찾아온 김 모(53) 씨에게 당한 것이었다.

김 씨는 1만원권 지폐 120장을 5만원권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바쁘게 업무를 정리하던 박 씨는 빠른 손놀림으로 5만원권을 교환해주자 김 씨는 “예단비로 사용하니 신권으로 교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틈이었다.

박 씨는 김 씨 요구에 바꿔준 5만원권은 잊어버린 채 책상 속 신권을 찾았고 김 씨는 이 틈을 이용해 먼저 받았던 5만원권을 바지 주머니에 빠르게 챙겨 넣은 채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그 사이 박 씨는 신권으로 찾아낸 5만원권 120만원을 김 씨에게 다시 건넸다.

김 씨는 대범하게도 박 씨 앞에서 지폐 하나하나를 세어보고 확인까지 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CCTV에 잡힌 김 씨는 손님처럼 위장하려고 당당하게 모자와 마스크 등도 아예 착용하지 않았다.

이 은행은 교묘한 범행 장면이 잡힌 CCTV를 증거물로 담아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김해서부경찰서에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 씨의 범행은 전국 은행원을 상대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 씨가 지난해 7월 7일 경기 수원 모 은행에서 은행원 A(3) 씨를 상대로 100만원을 챙기는 등 최근까지 서울, 부산, 강원 등 전국 8개 은행을 돌며 820만원을 같은 수법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같은 수법으로 돈을 챙긴 사례가 더 있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은행원들이 대신 돈을 채워 놓은 곳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같은 수법으로 구속된 전과가 있었다.

김 씨는 은행원에게 들킬 경우 “아참 내가 돈을 받았지”라며 건망증을 탓하며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경찰은 “은행 업무 마감 시간에는 은행원들이 마음이 바쁘고 정신이 없는 틈과 은행원들이 피해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교묘히 이용했다”며 “금융기관 은행원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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